울산 모비스가 통산 다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상대의 전략을 훤히 꿰뚫는 만가지 수를 가진 ‘만수(萬手)’ 유재학(51) 감독의 지도력이 또 한번 빛을 발했고, 2년째 호흡을 맞춘 양동근(33)-함지훈(30)-문태영(36) 삼각편대의 위력은 더 세졌다. 또 외국인 듀오 로드 벤슨(30)과 리카르도 라틀리프(25)도 골 밑에서 큰 힘을 보탰다.
▲이대성 발굴한 ‘만수’의 화수분 농구
유 감독은 프로에서 지도자 생활만 17년째 하고 있다. 정규리그 통산 465승으로 최다승 1위에 자리하고 있고, 챔피언 결정전 통산 16승을 쌓아 신선우 전 SK 감독과 가장 높은 위치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워낙 경험이 많아 앞을 내다보고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유 감독은 원석을 보석으로 잘 다듬는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함지훈을 10순위로 뽑아 최고의 센터로 만들었고, 올해는 이대성(24)을 발굴했다. 이대성은 11순위로 지명될 만큼 다른 구단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유 감독은 잘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미국에서 자유분방한 농구를 했던 이대성은 유 감독의 집중 지도 아래 팀 조직력에 완벽히 녹아 들었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한 결과물이다. 이대성은 정규시즌 동안 역동적인 돌파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즌 막판에 발목 부상 악재를 만났지만 챔프전에 돌아와 LG 에이스 문태종(39)을 틀어 막는 수비로 수훈을 세웠다.
▲찰떡궁합 ‘빅 3’
모비스는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갖췄다. 국가대표 가드 양동근과 함지훈이 버티고 있는데다 ‘득점 기계’ 문태영까지 멤버가 화려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지만 이들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으로 자신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문태영은 무리하게 골밑을 파고 들기보다 중거리 슛으로 공격을 풀었다. 특히 문태종과 ‘형제 대결’을 펼친 챔프전에서 형을 능가하는 폭발적인 득점 감각을 뽐냈다. 지난 시즌 문태영과 활동 반경이 겹쳐 주춤했던 함지훈은 상대 수비에 따라 포스트 업(상대 수비를 등지고 공격하는 방법)과 중거리 슛을 적절히 활용했다. 또 자신에게 수비가 쏠리면 정확한 타이밍에 패스를 빼줬다. 함지훈의 어시스트를 받은 동료들은 손쉽게 득점을 올렸다. 주장 양동근은 한결같이 남들보다 한발 더 뛰고,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압박 수비를 하는 등 공수에 걸쳐 활약했다. @hksp.co.kr
김지섭기자 o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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