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2차 범죄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북경찰서가 최근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기사건 수사를 통해 범인들이 활용한 금융정보가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에서 유출된 것임을 밝힌 것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외국계은행 및 신용카드 고객정보 대량 유출 사태 당시 정보의 2차 유통을 차단했기 때문에 해당 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여지는 없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이번에 범죄가 확인된 만큼 대책이 시급하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 이모씨 등은 지난해 씨티은행에서 유출된 고객정보 1,912건 등에서 연 10%가 넘는 고금리 대출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따로 추려냈다. 그리고 씨티은행 직원인 것처럼 해당 고객들에게 전화해 저금리 대출 전환을 안내하는 식으로 접근했다. 고객들로서는 범인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뿐 아니라 대출액과 만기일, 거래 금리까지 꿰고 있었기 때문에 범죄를 눈치채기가 어려웠던 셈이다.
당초 금융권 개인정보의 대량 유출 사건을 적발해 낸 건 창원지검이었다. 지난해 말 외국계은행 고객정보 유출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KB국민ㆍNH농협ㆍ롯데카드 3사에서 1억여 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그러나 유출 정보의 2차 유통에 대한 수사를 적당히 미봉한 게 문제였다. 카드 사태 당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모두 회수돼 외부 유출은 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지난달 약 8,000만 건의 당시 유출 정보가 대출 중개업자들에게 2차 유통된 사실이 확인됐고, 이번에 2차 범죄까지 드러난 것이다.
현실적으로 아무리 개인정보가 나돌아도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해 범죄를 저지를 우범자들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과 경찰은 사건을 원점부터 재검토해 10단계든, 20단계든 유출 정보의 2차 유통망을 아예 들어낸다는 각오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한편 이미 국민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나돌아 다니는 만큼, 금융사와 당국의 보안 조치와는 별개로 각 개인도 범죄유형 등을 숙지해 뜻밖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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