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일본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에 요구해 온 비핵화 사전조치의 수준을 낮추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금까지 대화조건이 비핵화를 진전시키지 못했다"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해 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다. 한미일은 2012년 북미 2ㆍ29 합의에 대한 북한의 이행을 6자회담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왔다.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 영변 핵활동 유예, 국제사찰단 복귀 등이다. 정부가 비핵화 사전조치에서 '유연성'을 들고 나온 것은 이런 기존 입장의 후퇴를 의미한다.
상반되는 두 가지 평가가 가능하다. 우선 2008년 12월 이후 5년이 넘도록 중단돼 온 6자회담을 부활시키는 활로가 될 수 있다. 갈수록 위중해지는 북핵문제를 앞에 두고 사전조건에만 얽매인 채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미일이 먼저 양보의 자세를 보인 것은 이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일의 '유연성'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공공연히 위협하고 있다.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차단 필요성'을 언급한 당국자의 말처럼 4차 핵실험을 막는 게 발등의 불이긴 하지만 기존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후퇴했다는 의심을 살만도 하다.
배경이 무엇이든 꽉 막힌 북핵 정국을 풀기 위해 대화의 문턱을 낮추는 시도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북한을 회담장으로 이끌지 못하거나 핵실험이 강행되는 사태가 올 경우 한미일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난달 방북했던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가 곧 미국을 방문하고, 우리측 황준국 수석대표도 방중을 추진하는 등 물밑 움직임도 활발하다. 어려운 용단을 내린 만큼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당사국 간 빈틈없는 공조를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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