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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딸을 찾아나선 아르헨티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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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딸을 찾아나선 아르헨티나 어머니

입력
2014.04.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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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딸을 찾을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아르헨티나 고등법원이 8일(현지시간) 마리타 베론을 납치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범인 10명에게 최고 22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순간, 마리타의 어머니 수산나 트리마르코(60)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의 머릿속에는 12년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트리마르코의 딸 마리타 베론은 23살이던 2002년 4월 병원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선 뒤 사라졌다. 당시 목격자들은 빨간색 차량에서 내린 남성 3명이 마리타를 강제로 차에 밀어 넣었다고 증언했다. 얼마 뒤 인근 집장촌에서 그를 목격했다는 제보도 있었지만, 경찰수사는 지지부진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트리마르코의 삶도 그때부터 바뀌었다. 결국 그는 혼자 힘으로 딸을 찾기로 하고 전국의 집장촌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성(性) 산업 마피아 조직에 잠입하기 위해 때론 성매매 여성 행세를 하며 그곳에서 딸을 봤다는 증언을 얻어내기도 했지만, 딸의 행방은 찾을 길이 없었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렀다. 당시 두 살이던 손녀는 엄마 없는 아이로 자랐고 트리마르코의 남편은 충격으로 2010년 세상을 떠났다. 트리마르코도 인신매매 조직으로부터 수없이 살해 협박을 받고 때론 집이 불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목숨을 건 '그녀의 전쟁'은 2012년 딸의 인신매매와 관련된 13명을 찾는 데 성공했고, 이들을 모두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지방법원은 1심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고 대규모 규탄시위까지 벌어졌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판결 일주일 만에 트리마르코와 면담해야 할 만큼 시위는 전국으로 번졌다. 법원은 결국 8일 최종 판결을 뒤집었다. 이날 판결에 대해 트리마르코는 목이 멘 목소리로 "마리타를 결국 찾지는 못했지만, 정의가 이뤄졌다"며 "내 딸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전히 마리타의 행방은 묘연하다. 그러나 '그녀의 전쟁'은 인신매매의 덫에 갇힌 아르헨티나 여성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경찰에 넘겨 자신의 딸처럼 납치돼 성매매를 강요받던 6,000여 명에게 자유를 되찾아줬다. 2007년부터 딸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든 트리마르코는 인신매매 희생자들을 구출하고 지원해온 활동을 인정받아 2012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는"마리타처럼 실종된 이 나라의 모든 소녀들에게 자유를 되찾아주고 돕는 것이 나의 사명이 됐다"며 "앞으로도 성매매 피해여성을 구출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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