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도시 일탄. 17년 전 발생했던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이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사라진 줄 알았던 유력 용의자 갑동이가 다시 나타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담당 형사 양철곤은 17년 간 갑동이를 추적했고, 연쇄 살인범 체포에 형사 인생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졌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으로 tvN 금토 드라마를 책임졌던 배우 성동일(47)이 11일 오후 8시 40분 첫 방송되는 '갑동이'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양철곤 형사를 맡아 깊은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성동일이 180도 변신했다. '응답하라' 시리즈 속 야구부 코치이자 하숙집 주인이며 가족에 애정을 쏟던 부성애는 버렸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성준이, 성빈이 아빠의 투박하고 소박한 말투와 행동도 지웠다. 코믹한 웃음기가 사라지고 찌푸린 미간을 드러낸 천상 열혈 형사로 TV화면을 가득 채운다.
성동일은 파격적인 변신에 대해 "생활연기자라 배역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해서 연기가 어렵지는 않다"며 자신있게 운을 뗐다. "연기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모든 기술을 써볼 생각이죠. 그동안 출연한 드라마에서 애드리브가 빠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진지한 정극 연기를 보게 될 겁니다."
'갑동이'는 연쇄살인범 갑동이로 지목돼 죽은 아버지의 누명을 풀려고 형사가 된 하무염(윤상현)과 다시 나타난 갑동이를 쫓는 형사 양철곤이 드라마 스토리의 중심에 서 있다. 연출을 맡은 조수원 PD는 "윤상현과 성동일의 대립각이 관전 포인트"라고 했을 정도다. 조 PD는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호평을 받았던 연출가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넉살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던 성동일은 '갑동이'에서만큼은 중저음의 카리스마 넘치는 음성으로 돌아온다. 이번 역할을 위해 목소리만 아니라 눈빛과 말투, 표정 등 캐릭터 분석까지 세밀하게 했다. '응답하라'로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는 그의 특색 있는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리라. 그런데 연기 변신에 고민이 없었을까.
"애당초 자신이 없으면 발을 담그지 않았을 겁니다. 작품을 보고 '되겠다' 싶으면 엄지발가락부터 살짝 담가보죠. '갑동이'는 스토리 자체가 무척 재미있고 배우들과 제작진의 호흡이 잘 맞아요. 시청자들도 등장인물 간에 얽히고 설킨 관계를 풀어가는 데 초점을 두면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겁니다."
'갑동이' 극본은 MBC '로열패밀리'를 집필했던 권음미 작가가 맡았다. 권 작가는 "'갑동이'로 인해 공소시효에 대한 담론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성동일도 공소시효에 남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그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10년만 잘 숨어 있으면 면죄부가 생기는 공소시효는 말이 안 된다"며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면 내 딸들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겠나"고 소신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갑동이'를 통해 그 부분에 대한 담론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SBS '신의 선물-14일'과 '쓰리데이즈' 등의 장르물이 연이어 안방극장을 찾으면서 '갑동이' 제작진과 출연진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갑동이'에는 상처 받은 사람들의 사연이 고스란히 묻어있어요. 미제사건들을 보면 담당형사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왜 그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지 등 이유가 있죠. 이번 작품이 장르물이라 그러한 사연들을 이야기를 한 회라도 빠뜨리면 알 수가 없죠. 한 회도 놓치지 말고 시청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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