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에 걸린 흡연자들이 1999년 담배 제조회사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지 15년 만에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에서 일부 폐암이 흡연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을 뿐 대법원에서 담배 제조의 결함이나 위해성 정보 은폐 등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1,2심과 같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0일 흡연 피해자 7명과 그 가족 등 30명이 KT&G(옛 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2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흡연과 비특이성(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인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비소세포암의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특정 개인에 대해서는 흡연과 비특이성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집단적으로는 흡연이 폐암을 유발하는 경향이 확인되지만 개별 환자에 대해서는 흡연만이 폐암의 원인인지 단정짓기 어렵다는 뜻이다.
항소심에서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에 걸린 원고 4명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받았는데 이는 상고심의 판단 대상에서 제외됐다. 즉 대법원 판결은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면 부정한 것이 아니라 2심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폐암에 대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또 "니코틴을 제거하면 흡연의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채용하지 않은 것을 담배 설계상의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분분석이나 동물실험 또는 외국의 문헌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모두 공개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고, 담뱃갑에 경고문을 표시했으며, 흡연이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회 전반에 인식돼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으로 보인다"며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이전부터 소비돼 온 담배와 다른 특별한 위해성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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