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어쩌면 그렇게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사는지? 버스에서나 길거리에서나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지하철에서도 고개를 숙이고 서서 그걸 들여다보거나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면 다들 1인이 아니라 1.2~1.3인은 되는 것 같다. 어깨에 가방을 멘 학생들이 스마트폰까지 들여다보고 있으면 앞뒤로 공간을 더 차지한다.
남녀가 마주 앉아서 대화는 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거나 한자리에 앉아 있는데도 카톡으로 말을 주고받는 모습도 흔해졌다. 스마트폰 중독이다. 사람은 쳐다보지 않고 스마트폰만 만지며 걷는 사람들 때문에 지하철 계단 같은 곳에서는 걸음 걷기가 아주 불편할 정도다. 본인들이 위험한 건 두 말 할 것도 없다.
그런 사람들이 문자를 주고받다가 인터넷에 올린 것 중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신혼부부, 엄마와 아들, 남녀 애인 사이, 친구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에 그런 것들이 많다.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에 올리려고 일부러 재미있게 말을 주고받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내용이 많아졌다. 다른 사람들이 읽을 걸 의식하며 쓴 것으로 보이는 문자도 많다.
스마트폰에 등록된 남편에 대한 호칭은 갖가지다. 세계 최고미남, 여보님, 자기야, 내꺼, 남편님, 여봉... 등 등. OO아빠, 이런 건 이야기도 되지 않는다. 어떤 남자는 자기 딸을 보물 1호라고 말했다가 아내로부터 “그러면 나는 몇 호야? 100호?”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럴 때 자칫 잘못 대답하면 본전도 못 찾는다. 그 남자의 대답-. “그야 문화재 1호지.” 아무래도 미리 준비한 대답 같다. 원래 무슨 일이든 준비성이 뛰어난 사람이 잘한다.
그런데 이런 문자를 읽다가 무슨 뜻인지 모를 단어에 부딪혔다. 어떤 부부가 밥 먹는 이야기를 한다. 주고받은 대화는 이렇다. 우리 밥 먹자, 뭐 먹을까, 초밥 어때? 그거 좋아요, 그때 거기? 그러지 뭐. 우리 닥치고 먹자, 대화는 밥 먹고 나서 커피 마시면서 하자, 알았어. 여기까지는 모를 게 없는데 남자가 말하기를 “밥 먹을 때 말하면 죽밤!”이라고 했다. 바로 이 죽밤이 뭔지 모르겠다, 이거다.
이 해괴한 말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으나 알 수 없었다. 죽밤이 뭘까? 죽을 때까지 군밤을 때린다는 뜻?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러면 죽방을 잘못 쓴 건가? 이 말을 입력하니 ‘대나무로 만든 그물’이라는 풀이와 함께 죽방멸치에 관한 글만 잔뜩 떴다. 이것도 아닌가 보다.
그런데 죽방당구라는 건 있었다. 3개의 공을 갖고 하는 건데, 쿠션으로 점수를 먹고 스코어판을 내리는 대신에 점수대로 일정하게 정해놓은 금액을 주고받는 내기 당구의 일종이라고 한다. 베끼기는 했지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보통 오장, 일이로 많이 치고 좀 크게 치는 사람들은 삼육, 오장(오천, 만원)도 친다’는 대목은 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쨌든 당구와도 관계가 없는 건 분명했다. 그러면 쭉쭉빵빵을 줄여서 말하다가 잘못 쓴 건가? 아내와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쭉쭉빵빵을 왜 꺼내겠어? 그런 말은 하다가도 입을 닫아야지. 이것도 아니다. 그래서 20대 후반인 아들 녀석에게 물었더니 그 아이도 모른다고 했다. 흥, 너도 이제 늙었구나. 요즘 세대차는 1년마다 난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남편보다 이 녀석 나이가 더 많은 건 아닐 텐데도 모르겠다고 하니 노는 물이 달라서 그런 걸까?
누가 제대로 아는 분이 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요즘 세대의 말을 다 알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지만 일단 한번 부딪힌 말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풀어야 하지 않겠나? 몇 사람에게 문자로 물어놓고 대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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