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들의 약진으로 새 판이 짜여진 항공시장에 또 한번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역습을 당한 대형항공사들이 이젠 역으로 저비용항공사의 텃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말 그대로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몸통이 다시 꼬리를 휘젓는 형국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을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제2의 저비용항공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베이스로 하는 저비용항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없지만 방침자체는 거의 정해졌다고 봐도 된다"고 밝혔다.
작년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시장점유율은 국내선 20.6%, 국제선 22.9% 수준. 대한항공(국내선 30.4%, 국제선 32.6%)과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들의 추격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사실 저비용항공사들의 약진은 예상 이상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05년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2007년 이스타항공, 2008년 진에어와 에어부산, 2010년 티웨이항공까지 총 5개로 늘어난 저비용항공사들은 올해 국내선 점유율 50% 이상, 국제선도 10% 이상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에어부산을 갖고 있지만 지분이 46%에 불과하다. 나머지 54%는 부산상공회의소 소속인 부산지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부산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노선확대에도 한계가 있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저비용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처럼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100% 자회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으며 올해 초 김수천 사장 취임 이후 태스크포스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새 저비용항공사를 국내선 외에 일본 및 동남아 등 중단거리 국제선에 전진 배치시킨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노선과 프리미엄서비스에 집중하고 국내선과 짧은 국제선은 새로 만드는 저비용항공사에 맡기는 이원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항공사들의 저비용항공시장 진출은 이미 외국에선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일본공수(ANA)의 경우 바닐라에어와 피치항공, 에어재팬, ANA윙스 등 저비용항공 자회사를 여럿 보유하고 있고, 일본 최대항공사인 일본항공 역시 제트스타재팬과 JAL익스프레스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항공도 스쿠트항공과 실크에어 등 저비용항공사를 소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외국계 저비용항공사들의 점유율이 5년 만에 0.5%에서 7%까지 상승하고 있다. 외국 저비용항공사들의 공세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내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국토교통부에 국제운송사업면허를 신청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제2 저비용항공사가 설립될 경우, 또 한번의 시장변동은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기존 저비용항공사들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대 아시아나항공이 진입할 경우 기존 저비용항공사들로선 상당히 견디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 같은 구조조정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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