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도 무용지물이다.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이동통신 3개사 가운데 2개사가 영업을 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번호이동건수는 급증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이동통신 3사간 신경전은 영업정지 전보다도 오히려 더 뜨겁다. 정부의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정부는 사실상 수수방관 상태다.
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7~8일 이동통신업계의 번호이동건수가 3만3,518건을 넘어섰다. 정부에서는 이동통신 3사 합쳐서 하루 평균 2만4,000건의 번호이동이 일어나면 불법 보조금을 사용해 시장이 과열된 것으로 본다. 7일에는 주말(5,6일) 가입자 포함해 2만4,404건, 8일에는 9,273건의 번호이동이 일어났다.
현재 영업을 하는 곳은 LG유플러스뿐이다. 3사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불법 보조금 지급 중지 명령을 받고도 지키지 않아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에 따라 3사는 3월13일부터 5월13일까지 돌아가며 1개사만 영업하고 나머지 2개사는 영업을 할 수 없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불법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들이 시장감시 활동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삼성전자의 '갤럭시S5'에 60만원, 팬택 '베가 시크릿업'의 73만원, LG전자 '옵티머스GX'에 67만원 등 60만~70만원대 판매장려금이 지급됐다. 일부 휴대폰 커뮤니티 등 온라인 사이트에도 번호이동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40만원대 보조금이 지급됐다. 모두 정부에서 정한 보조금 상한선 27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 KT 등은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기간에도 사전 예약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지난달 영업정지 기간에 추가보조금을 더 주는 조건으로 예약 가입을 받아 영업이 재개된 5일 이후에 개통을 해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단독 영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 무제한 요금제 등 선도적 요금제를 내놓아 가입자가 몰리는 것"이라며 "판매장려금을 지급해도 판매점들이 수수료를 챙기고 소비자들에게는 27만원 이상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정지기간 사전 예약가입에 대해서도 "일부 판매점이 예약가입을 받았으나 본사 차원에서 모두 취소시켰다"며 "심지어 경쟁업체들이 손님을 가장해 예약 가입을 유도하는 등 함정을 팠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정부다. 방통위도, 미래창조과학부도 그냥 손을 놓고 있다. 영업정지만 내려놓고 영업정지 중에 벌어지는 불법행위와 업체간 마찰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대리점과 판매점을 둘러보고 이통사 관계자들을 불러서 얘기도 들어봤다.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는 영업정지 중이어서 번호이동 건수도 1만 건에 미치지 못하고 보조금도 3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사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했다.
피해를 입는 건 엉뚱하게도 유통상인들 뿐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소속 휴대폰 판매점주 2,000여명은 이날 서울역 광장에 모여 "소상인들만 죽이는 영업정지를 즉각 중단하고 상인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보조금 자체를 없애던가, 아니면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맡기든가 정부가 확실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며 "임대료도 내지 못하고 직원월급도 주지 못해 영세 판매점들만 쓰러지게 생겼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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