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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갑을 논란] "사은품 증정·연예인 출연료 내라"… 홈쇼핑 불공정행위가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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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갑을 논란] "사은품 증정·연예인 출연료 내라"… 홈쇼핑 불공정행위가 '관행'

입력
2014.04.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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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을 판매하는 A사는 2012년 홈쇼핑에 입점했다. 금맥을 잡은 기분이었다. 실제로 매출은 30%나 늘었다. 하지만 이익은 제자리다. 순이익증가율은 4%에 그치고 있다.

순익이 낮은 건 엉뚱한 데서 돈이 새 나가서다. 홈쇼핑측이 회사제품과 관계도 없는 사은품에 대한 비용과 연예인 게스트 출연료를 책임지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 B씨는 "홈쇼핑사와 사전미팅에서 사은품을 증정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대신 본 제품 가격을 인하하라고 했다. 사은품도 홈쇼핑 사가 요구하는 것을 제공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전체 매출의 20%에 달하는 비용이 사은품 확보에 사용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 매출의 7~9%에 달하는 택배비용도 이 회사 부담이다. 그는 "연예인 출연료 역시 최소 300만~1,000만원에 달하는데 연예인을 부르고 싶지 않아도 홈쇼핑 측에서 시청률과 매출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며 게스트를 부르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위생용품 제조사 C사도 지난 해 상품공급업체(벤더)를 통해 홈쇼핑에 납품을 시작했지만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다. 벤더란 납품업체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은 뒤 이를 이용해 홈쇼핑 상품기획자(MD)나 임직원들에게 방송 입점을 청탁하는 중개회사. C사는 이 벤더사에 2,000만원을 건넸다. 이 회사 대표 D씨는 "통상 벤더에게 매출의 3~5%의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규모가 큰 이른바'왕벤더'들에게는 최대 10%의 수수료를 지급하거나 뒷돈을 줘야 한다"며 "이 같은 비용은 홈쇼핑 MD나 임직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 명목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라고 전했다.

다시 불거지는 비리구조

롯데홈쇼핑 전ㆍ현직 임원들의 납품업체 비리가 불거지면서, 홈쇼핑 업계의 숨겨진 비리구조가 다시 수면위로 오르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홈쇼핑 방송시간과 프로그램 편성관련 청탁을 받고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같은 '갑질'은 업계의 해묵은 관행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지난 2012년 국내 대표 홈쇼핑 4개사 MD들이 납품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이후, 각 업체들은 앞다퉈 자정을 결의했다. 하지만 여전히 홈쇼핑사들은 납품업체에 대해 '슈퍼갑'이란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갑질'의 유형도 다양하다. A사처럼 원하지 않는 사은품이나 탤런트 출연료를 강요하는 것은 물론이고, 판촉비 전가하기, 가격 후려치기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C사처럼 벤더에게 로비해야 홈쇼핑 프로그램에 자기 상품을 내세울 수 있는 것 또한 관행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이같은 '갑을'구조가 온존하고 있다는 건, 홈쇼핑의 파급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 브랜드파워가 약한 중소기업에게 홈쇼핑 채널은 단순히 제품판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회사 자체를 알릴 수 있는 광고기회다. 몇 시간 방송만으로도 중소기업은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고 회사매출을 올리는 '대박'기회를 잡을 수 있다.

현재 홈쇼핑 채널은 GS, CJ, 현대, 롯데, NS, 홈앤쇼핑 등 6개. 종일방송이지만,'황금시간대'는 오전 8~11시와 오후 8~11시이다. 어느 시간에 방송을 타느냐에 따라, 매출이 최대 3~4배 가까이 차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황금시간대를 확보하려는 경쟁은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모든 납품업체와 유통업체의 갑을관계와 비리가능성은 상존하지만 홈쇼핑의 경우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문제가 타업종보다 크다"며 "홈쇼핑은 시간싸움이기 때문에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입장에서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방송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상품선정과 시간대 편성권을 갖고 있는 MD나 관련부서를 중심으로 비리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말 뿐인 자정

홈쇼핑들은 이미 MD뿐 아니라 유관부서로 구성한 상품선정협의회, 품질안전담당, 편성팀 등으로 상품방송 과정에 관여하는 이들을 다양화해 상호견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품접수부터 상품평가, 상품선정, 방송시간편성에 이르기까지 방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 MD와 상품팀은 지속적으로 관여를 하고 있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MD의 권한은 강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롯데홈쇼핑 사건과 같이 MD와 상급자들이 공모하면 이를 제지할 방법도 없다.

또 다른 문제는 MD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벤더들이다. 대부분의 홈쇼핑사들은 취급하는 상품의 약 70%이상을 벤더를 통해 상품을 선정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이 벤더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벤더들은 홈쇼핑의 MD, 품질관리, 편성팀 등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풀이 되고 있다.

어렵게 홈쇼핑에 입점했다고 해도 이후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납품업체들이 겪는 불공정 거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형 유통업체 53곳과 거래하는 1만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행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홈쇼핑의 경우 납품업체들은 판촉비용부당전가, 서면대신 구두로 납품계약,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부당반품 등의 순으로 애로사항을 겪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해 홈쇼핑사와 거래하는 3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과도한 수수료(76.9%), 부대비용전가(34.6%), 과도한 할인판매 요구(34.6%)를 문제로 꼽았다.

더욱이 제조사가 대부분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도 홈쇼핑은 위험부담을 꺼리면서 중소기업들에게 정률제(실제 판매가 완료된 제품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받는 방식)보다 정액제(판매실적과 상관없이 정해진 수수료를 받는 방식)를 강요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황금시간대가 아니라 물건도 안 팔리는데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다 내야 하는 구조라 매출이 늘어도 순이익은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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