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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ㆍ박봉주 등 유임… 예상했던 세대교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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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ㆍ박봉주 등 유임… 예상했던 세대교체는 없었다

입력
2014.04.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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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의 세대 교체는 미풍에 그쳤다. 9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 제13기 1차회의에서 드러난 국방위와 최고인민회의, 내각 등 국가기구 인사 내용은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80대 원로가 즐비한 최고인민회의 지도부는 김영남 상임위원장, 양형섭ㆍ김영대 상임위 부위원장, 김영주ㆍ최영림 명예부위원장 등 기존 인사가 유임됐다. 지난달 제13기 대의원 선거에서 687명의 대의원이 새로 선출된 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새로운 권력 진용을 꾸릴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김정일 시대의 국방위처럼 김정은 정권을 대표할 통치기구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은 1972년 최고인민회의 제5기 1차회의에서 주석제를 신설했고, 김정일은 98년 제10기 1차회의를 통해 내각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을 만들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는 김정은을 국방위 제1위원장에 재추대하는데 그쳐 큰 변화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당국이 이미 2012년 노동당 규약과 헌법을 개정해 김정은을 최고지도자로 옹립한 만큼 1인지배 체제 강화를 목적으로 굳이 새 조직을 만들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는 예상대로 김정은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포스트 장성택'의 선두주자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국방위 위원에서 한 단계 약진해 부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룡해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이어 국방위 부위원장까지 3대 핵심권력기관의 요직을 모두 차지했다"며 "2인자 자리를 굳힌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위 위원으로 선출된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역시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군부 실세임을 과시했다. 반면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과 천안함 사건의 주역 김격식 대장, 주규창 전 당 기계공업부장, 백세봉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각각 국방위 부위원장과 위원직에서 탈락해 사실상 권력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평가다.

한 때 경질이 예상됐던 박봉주 내각 총리도 유임돼 김정은의 경제개혁 의지를 반영했다. 내각에서는 외무상에 임명된 리수용 당 부부장이 단연 눈에 띈다. 그는 2007년부터 7년 간 외무상으로 일한 박의춘에 이어 북한 외교를 대표하게 됐다. 88년부터 스위스 대사로 활동하며 김정은의 유학 시절 멘토 역할을 해 '보은 인사'의 성격도 엿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리수용이 유럽통인데다 귀국 후에는 2년 간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외자 유치 분야에서 중책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동당의 경우는 전날 당 정치국 회의에서 조직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돼 일부 변화가 점쳐진다. 특히 처형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전권을 휘둘렀던 행정부의 기능을 어떤 기관이 흡수하느냐가 당 시스템 개편의 핵심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당의 양대 조직인 정치국과 비서국의 인사 개편도 완료됐다. 현재 정치국 위원 13명 가운데 현철해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리명수 전 인민보안부장은 대의원에 뽑히지 않아 퇴진이 확실하며,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우는 인물이 김정은 시대의 신 실세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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