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보조금 지급으로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사상 최장(45일)의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게 지난 달이다. 당시 이통사 대표들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만나 보조금 자제를 약속했다. 심지어 공동시장감시단을 운영해 1인당 27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준 영업점이 있으면 전산망연결을 차단하겠다는 공언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그랬듯이 이번에도 빈말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영업정지 상태에서도 시장은 더욱 과열되는 양상이다. 현재 이통 3사 가운데 한 회사씩 돌아가면서 영업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이 회사는 최근 4일간 무려 3만3,000여명의 가입자를 새로 유치했다. 하루 평균 8,000명 넘게 타사 가입자를 빼앗아 온 비결이 보조금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련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장감시 기능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대리점마다 다른, 불법보조금은 이용자를 차별해 결과적으로 전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며, 이번에도 규정을 위반하면 해당사 최고경영자(CEO)를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지키지 않을 엄포' 쯤으로 여기고 있다.
이통사들이 보조금에 목을 매는 이유는 한마디로 가입자 확보만이 유일한 돈줄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가격경쟁은 규제에 묶여 제한돼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과도한 보조금을 주고라도 가입자 확보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당국이 보조금 전쟁이 벌어질 때마다 영업정지와 과징금 폭탄을 사용하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조금 문제는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더욱 가혹한 처벌로 불법보조금을 단속해 시장을 정상화하든지, 아니면 보조금 관련 규제를 없애든지 선택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전자가 실효성이 높지 않았다면, 자율경쟁 속에 보조금 자체가 없어지도록 유도하는 것도 검토해 볼 일이다. 이통산업 발전과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정장치가 보조금 관리 밖에 없는지 당국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궁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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