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워싱턴브리지는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뉴욕 맨해튼과 뉴저지의 버겐카운티를 곧바로 잇는다. 그래서 교통체증만 없다면 맨해튼에서 버겐카운티까지 승용차로 불과 20여분이면 갈 수 있다. 주는 달라도 맨해튼 비즈니스맨 상당수가 허드슨강 서안 구릉지를 따라 형성된 버겐카운티 교외 타운 지역에 거주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맨해튼과 뉴저지 동북부에서 가장 큰 '파라무스파크 쇼핑몰'이 위치한 곳도 버겐카운티다.
■ 현지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파라무스 쇼핑몰엔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부터 '니만마커스'나 '메이시스' 등 유명 백화점, '센추리21' 같은 대형 패션아웃렛과 각종 스포츠 매장이 어림잡아 여의도광장 만한 일대에 집중돼 있다. 교통편의 등을 감안할 때, 연간 5,000만명에 이르는 맨해튼 관광객 상당수를 흡수할만한 최적의 여건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파라무스 쇼핑몰은 막대한 잠재 수익을 포기한 채 매주 일요일엔 모두 문을 닫는다. 이유는 단 하나, 주일 휴무 원칙에 따라 일요일 영업을 전면 규제한 버겐카운티의 '블루법(Blue Law)' 때문이다.
■ 업자들과 지역 언론은 수시로 버겐카운티의 영업 규제를 비판해왔다. 주일 휴무 원칙을 쇼핑몰 영업에까지 적용하는 건 자유시장원리에 위배된다거나, 비즈니스면에서도 바보 같은 규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1959년 이래 그 동안 네 차례에 걸친 투표에서 번번이 블루법을 지지했다. 비록 수지타산에 어긋나도, 지역공동체의 존중할 만한 가치에 부합하는 규제라면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 최근 규제개혁 바람을 타고 한국규제학회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 대상으로 평가한 보고서가 나돌아 논란을 빚고 있다. 골목상권을 살리는 효과도 미미할뿐더러, 소비자 불편만 초래한다는 대형 유통업계의 주장이 반영됐을 터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그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골목상권 회복에 적잖은 효과를 냈다"며 해당 규제 완화에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국민 다수도 그 정도는 공정경제를 위해서라도 마땅히 유지돼야 할 '착한 규제'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본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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