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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조치 내세워 대화 안한 게 되레 핵개발 촉진" 비판을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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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조치 내세워 대화 안한 게 되레 핵개발 촉진" 비판을 수용

입력
2014.04.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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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핵 6자 회담 재개조건으로 북한에 요구해온 비핵화 사전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8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대화조건이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6자 회담 재개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뜻이어서 북한 반응이 주목된다.

고위 당국자는 "(한미일이)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해 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사전조치를 할 때까지 인내하며 대화하지 않는 것이 핵개발을 촉진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비판을 수용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미일은 그 동안 북한에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 이외에 추가적인 조건들을 요구해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아직은 대화의 문턱을 낮추었다고 말하기 곤란하지만,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협상을 할 방안이 있으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해, 북한 반응에 따라 대화조건이 구체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달 말 박근혜 대통령도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고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를 차단하는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 관련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진전된 자세를 취한 바 있다. 따라서 사전조치의 유연한 적용은 한미일이 중국을 통해 비핵화 조치와 관련한 북한의 약속을 받아내면 6자 회담에 나서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당국자는 "한미일은 북한이 비핵화로 가기 위한 대화, 실질적 진전을 위한 대화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북한이 현재까지 의미 있는 조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3국이 북한에 비핵화 사전조치의 유연성을 제시한 것은 추가도발을 막기 위한 유인책이기도 하다. 고위 당국자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대화조건의 유연성 문제를 논의하는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거나 "북한 추가도발에 강력 대응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추가도발을 하지 않고 협상할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취지다. 나아가 이달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북한 도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대북 메시지란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한국 방문 때 미군 시설을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북한의 추가도발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당국자는 이 문제에 대해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6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 순방 기간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문제도 논의됐다"고 전했다.

한미일은 북한이 경고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나 언제, 어떤 형태로 실험이 전개될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밝히고 있으나 상당 부분 틀릴 수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한편, 한미는 일본의 북일 비밀접촉 문제에 대해 투명하게 진행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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