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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아가려 해도 드리우는 과거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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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아가려 해도 드리우는 과거의 그림자

입력
2014.04.0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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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각오가 필요한 영화다.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로 눈을 괴롭히려 하진 않는다. 대신 112분 동안 벼려진 정서가 심장을 깊게 벤다. 오래도록 가슴이 아리다.

여고생 한공주(천우희)가 트렁크 하나를 끌고 상경한다. 비밀스레 한 고교에 전학하고 이전 학교 '선생님 어머님'(이영란) 집에 얹힌다. 주변과 연락을 끊고 새 학교 학생들을 경계한다. 얼마 전 커다란 상처를 입었을 게 분명한 공주는 조금씩 서울에 착근한다. '선생님 어머님'과 원만하게 지내며 숙식을 해결하고 학교 아카펠라 동아리 아이들과 머뭇대다 가까워진다. 그래도 과거의 그림자는 매 화면에 짙게 드리운다. 조각조각 등장하는 공주의 회상이 불청객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한다. 옛 친구 화옥(김소영)과 그의 남자 친구 때문에 벌어진 사건의 진실은 그렇게 단편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공주가 마주했던 참혹한 불행은 엉뚱하게 그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같은 처지로 내몬다. 사과를 받아 마땅한 공주는 제대로 된 사과 한번 못 받고 매번 도망치는 신세다. 영화는 공주에게 탄원서를 강요하는 가해자 학부모들(심지어 공주의 아버지조차 자기 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과 무정한 주변인물들로 한국 사회의 감추고 싶은 맨얼굴을 그린다.

공주는 영화 내내 수영에 매달린다. 물을 텀벙거리며 매번 열중하는데 결국 제자리를 맴도는 수준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풀장 25m를 꼭 완주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왜 그토록 공주가 수영에 집착했는지를 알린다. 관객의 가슴은 이 대목에서 속절없이 무너진다. 삶에 그다지 미련이 없으면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공주에게 그저 미안해진다. 관객의 가슴에 화인으로 남을 장면이다. 올해 한국 영화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수작이다. 1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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