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월세가 대세로세입자 소득 수준 떨어져 전세와 월세 거래 비중 엇비슷서울은 전세 대비 32% 수준세입자 월세 선택 확산급등한 전셋값 감당 못하고 싼 물량은 깡통전세가 대부분소득공제 혜택·가격 하락세… 수리·도배 부담도 없어 선호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전용면적 64㎡ 아파트에 살고 있는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지난달 전셋집을 재계약하면서 매달 60만원씩 월세를 내는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전환했다. 집주인은 원래 전셋값을 1억원 올리려고 했지만, 김씨가 '차라리 월세를 내겠다'고 하자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보니 전세 시세가 2년 전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오른 데다 그나마 싼 물량은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큰 '깡통전세'가 대부분이었다"며 "빚을 내서 전셋값을 올려주느니 월세를 내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치솟고 물량 마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택 임대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들 사이에서도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임대시장의 재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의 아파트(연립, 다세대, 단독, 다가구 제외) 실거래가 기준 전국 전월세 거래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2월 한 달간 전세는 1만9,959건, 월세는 9,774건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거래량 대비 월세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49%. 2010년 12월에는 전세 대비 월세 거래 비율이 27%(전세 2만4,488건, 월세 6,571건)에 불과했다. 3년 만에 월세 비중이 거의 두 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더욱이 월세는 소득노출 등의 부담으로 신고를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월세 거래량은 이미 전세에 육박한 수준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보다 지방의 월세 거래 비중이 크게 높았다. 서울의 경우 전세 대비 월세 거래비율이 32%에 그친 반면 전남은 95%, 전북은 88%, 강원은 72%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세입자들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소득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월세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도는 단기 체류자와 관광객이 많은 특성으로 인해 월세 거래비율이 128%를 기록, 이미 전세를 앞질렀다.
주택 임대시장의 재편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세와 달리 월세는 가격지수와 월세전환율(전세금→월세 전환 비용을 연이율로 계산한 것)의 하향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물량 공급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6% 초반까지 떨어진 월세전환율이 더 내려갈 경우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 받는 이자액과 큰 차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와 달리 세입자 입장에서도 월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전세가격이 82주 연속 상승하면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오른 데다 월세의 경우 소득공제 혜택이나 수리 도배 장판 등의 관리 비용을 집주인이 부담하는 등 세입자에게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제도가 줄어드는 대신 월세로 전환하는 현상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도 이에 대비해 주먹구구식으로 산정되고 있는 월세전환율 지표를 개선하고 월세가격 공표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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