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9일 새누리당 의원모임 초청 강연에서 "남북간에 평화통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흡수통일에 대비한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여권 원로 정치인이 헌법 전문과 4조에 명시된 평화통일을 부정하는 발언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박 전 의장은 이날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 초청 강연에서 "무력통일은 당연히 안되고 흡수통일이 현실적인 얘기"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모임에는 차기 국회의장 도전자인 정의화 의원, 차기 당권 도전을 준비중인 김무성 이인제 김태호 의원, 서울시장 경선후보인 정몽준 의원, 친박핵심으로 꼽히는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 여권 중진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박 전 의장은 강연에서 "역대 정부는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급변사태와 흡수통일 용어를 쓰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는 급변사태든 흡수통일이든 자유롭게 얘기하면서 대비해야 한다"면서 "통일은 산사태처럼 오는 것이고 어쩌면 내일 모레 통일이 확정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국회 차원의 흡수통일 대비 논의와 관련, "통일위원회를 상설화해 소속 의원들이 통일 문제를 몰입해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통일헌장을 전 세계에 선포하고 북한 동포에게까지 통일의 역사적 의의를 설명하고 통일에 대한 의지를 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통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라며 "한미동맹이 중국 견제용이 아니라 북한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등 그간 소홀했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대 국회 하반기 국회수장을 지낸 박 전 의장은 남북 국회회담 대표와 국회 통일정책특위 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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