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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짜리 립스틱 2만원에 팔려 1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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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짜리 립스틱 2만원에 팔려 15배

입력
2014.04.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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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가정해보자. 유독 외제를 좋아하는 회사원 A씨는 아침에 외제 전기면도기(판매가 3만4,950원)로 수염을 깎고, 외제 등산화(16만9,000원)를 신고 산에 오른다. 외제 립스틱(2만1,150원)을 바른 A씨의 아내는 외제 유모차(56만9,500원)에 아기를 태우고 미국산 와인(11만원)을 사러 간다. 총비용은 90만4,600원.

그런데 이 상품들의 수입가격을 합하면 고작 18만8,025원이다. 각 제품의 수입가격대비 국내 평균가격의 차이가 전기면도기 2.68배, 등산화 7.49배, 유모차 4.33배, 와인 5.68배, 립스틱은 무려 14.87배이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하면 외제 등산화 한 켤레 가격으로 A씨 가족이 누리는 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외국상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얼마나 뻥튀기됐는지, 그간 소비자들이 어떻게 속아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관세청이 9일 10개 공산품의 수입가격과 국내 판매가격 비교표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공개 대상은 생수, 전기면도기, 유모차, 진공청소기, 전기다리미, 승용차 타이어, 가공치즈, 립스틱, 등산화, 와인(칠레 프랑스 미국산) 등 생필품이거나 물가체감도가 높은 제품들이다. 이들 품목의 평균 수입가는 운임 보험료 관세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해 국내 백화점이나 공식판매점, 온라인 공식쇼핑몰의 평균 판매액(정가 기준)과 비교했다. 수입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의 수입통관 자료를 기초로 산출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10개 품목의 국내판매 가격은 수입가격보다 적게는 2.7배, 많게는 9.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립스틱 등산화 등 수입가격이 비교적 싼 품목이 국내에서 훨씬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감안하면, 외제선호 현상을 악용해 수입상들이 얼마나 폭리를 취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수입 립스틱의 국내 판매가격은 수입가의 평균 9.2배였다. 1,423원짜리 립스틱이 2만원 가량에 팔려 가격차가 14.9배에 달하기도 했다. 등산화와 와인은 각각 국내에서 수입가의 4.4배, 4.8배에 판매됐다. 수입가 4,000원짜리가 2만5,000원에 판매(6배)되는 칠레 와인도 있었다. 유모차는 대당 2만7,037~67만9,140원에 수입되는데, 국내 평균 판매가격은 수입가격의 약 3.6배에서 형성됐다.

국내 판매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 건 독점 수입업체→특정 공급업체→백화점 등으로 이어지는 독점적인 유통구조였다. 수입업체 30%, 공급업체 15~20%, 백화점은 30~35%의 유통마진을 챙겼고, 여기에 물류(5~7%), 애프터서비스(10%), 판촉지원(10%) 비용이 더해지는 것으로 관세청은 추정했다.

이철재 관세청 특수통관 과장은 "시장 경쟁이 아닌 마케팅전략 등으로 가격이 정해지다 보니 비싸게 외국제품을 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밝힌 병행수입 및 해외 직접구매 활성화 방안은 이런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계획대로만 진행되면 이들을 통한 소비재 수입액은 지난해 3조원에서 2017년 8조원으로, 전체수입액대비 비중은 5%에서 1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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