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일 남녀 임금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2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연방정부 계약업체에 적용되는 이번 행정명령은 성별과 인종을 기준으로 산출한 임금 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직원들이 직장에서 자신의 임금에 대해 얘기했을 때 고용주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직장에서 남녀 임금 차별 문제가 자유롭게 논의되고 조정되도록 유인하기 위한 조치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여성들에 둘러싸여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이 77센트를 버는 것은 불공평할 뿐 아니라 가족, 국가경제의 문제"라며 "이는 마라톤에서 여성이 10km를 더 달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월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올리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추진에 이어 남녀 임금격차 해소에 나선 것은 올 11월 중간선거(총선)를 앞두고 여성과 서민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2016년 유력한 여성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번 행정명령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행정명령은 의회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으나, 행정기관 내부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의회에서 민주당은 남녀 임금 차별을 금지하는 임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공화당은 성과에 의한 차별의 정당성을 내세워 법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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