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대출 사기에 악용된 개인정보는 경찰이 확인한 것보다 훨씬 방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적발한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확보한 개인정보는 한국씨티은행 고객 1,972건이지만 지난해 12월 씨티은행 대출 담당 직원 박모(38)씨가 들고 나간 개인정보는 1만6,000여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씨티은행 고객 정보를 이용, 전화를 걸어 10명으로부터 3,744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총책 이모(43)씨 등 4명을 구속하고 텔레마케터 정모(34)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고금리 대출실적이 있는 고객들에게 "대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해 줘 고맙다"며 "제2금융권 거래실적이 있으면 은행에서 운영하는 서민지원센터에서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줄 수 있다"고 속였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을 대포통장으로 입금 받은 뒤 연락을 끊었다. 범행은 지난달 18일부터 2주간 경기도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행됐다.
피해자들이 속은 것은 이들이 씨티은행 유출 개인정보에 나와 있는 이름, 휴대폰 번호, 직장명, 대출 금액, 이자율 등의 세부 정보를 줄줄이 꿰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씨티은행 직원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범행에 악용된 개인정보가 지난해 12월 유출된 것의 일부라고 인정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경찰이 회수한 정보는 지난해 말 창원지검 수사에서 밝혀졌던 유출 정보와 100%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결과 이번 대출 사기에는 씨티은행 직원 박씨가 유출한 개인정보가 2011~2012년 외에도 2013년 대출기록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범 일당은 경찰 수사에서 "총 7,000여건의 씨티은행 정보를 이용했다"고 자백했지만 2013년 말까지 자료가 유출됐다면 총 개인정보 건수는 1만6,000건을 넘는다.
개인정보 유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씨티은행은 "추가 정보 역시 검찰에서 확인된 대출 정보와 동일한 형식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당시 검찰이 적발하지 못한 유출 정보가 추가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또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과 법적 검토 후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금융계 안팎에서는 추가 범죄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KB국민, NH농협, 롯데카드 등 카드 3사에서 유출된 1억여건의 개인정보도 당초 "2차 유출은 없다"던 금융당국의 공언과 달리 최근 8,000여만건이 추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계 관계자는 "워낙 방대한 자료가 유출돼 추가 범행이 얼마나 일어날 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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