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 이후 첫 총장 선거가 정책 대결이 아닌 후보자간 지명도 경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 발전에 대한 비전을 가진 후보자 보다는 여러 차례 출마해 얼굴을 알린 후보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8일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에 따르면 제26대 총장 선거에 입후보한 12명 가운데 예비후보자 5명이 지난 3일 결정됐다. 성낙인 전 법대학장, 조동성 전 경영대학장,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장, 강태진 전 공대학장, 김명환 전 자연대학장(득점 순)이다.
이들이 총추위로부터 받은 점수는 과거 선거 출마 횟수와 비례한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성낙인 전 학장은 24대(2006년), 25대(2010년)에 이어 세 번째로 총장선거에 출마했다. 2위를 차지한 조동성 교수도 24, 25대에 이어 세 번째 출마다. 3, 4위에 오른 오세정 전 원장과 강태진 전 학장은 두 번째 총장 도전이다. 오 전 원장은 25대 총장 선거에서 성낙인 전 학장과 함께 최종 후보 3인에 들었다. 첫 출마자는 5위인 김명환 전 학장뿐이다. 학교 정관상 총장선거 출마 횟수에 제한이 없어 후보자 대다수가 2~3번씩 선거에서 이름을 알려온 셈이다.
서울대 사회대의 한 교수는 "총장이 되기 위해서는 재수는 기본이고 삼수, 사수는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면서 "이런 분위기에서는 대학 개혁을 이끌어나갈 리더보다는 그저 여러 번 출마해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총장으로 뽑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연이은 출마가 총장 선임의 필수코스로 인식되면서 총장의 연령이 높아질 것도 우려하고 있다. 예비후보자 5인의 평균 연령은 62.4세로 다수가 총장 임기 4년 안에 정년(65세)을 맞게 된다. 법인화법상 총장은 정년에 상관없이 임기를 수행하도록 해 65세가 넘더라도 임기를 마치는데 지장은 없다. 그러나 정년을 앞둔 60대 초ㆍ중반 총장이 대학 구성원들의 개혁 의지를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의 한 교수는 "과거에는 원로 교수 반열에 드는 60세 이상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게 관례였으나 최근에는 총장 연령이 50대 중ㆍ후반으로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출마를 통한 이름 알리기 경쟁으로 총장 연령대가 높아지는 것이 대학 발전에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총추위는 15, 17일 교직원 244명으로 구성된 정책평가단의 평가와 총추위 평가를 종합해 30일 최종 후보 3인을 선정,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3명 중 차기 총장 후보를 정한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