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급 슈퍼 캐치였다. 정수빈(24ㆍ두산)이 또 한 번 날았다.
정수빈은 8일 잠실 SK전에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 8회 결정적인 호수비로 팀 승리(2-1)를 이끌었다. 타석에서는 희생번트 1개를 포함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경기 후반 단 한 번의 다이빙 캐치로 잠실벌을 들끓게 만들었다. 2연승의 두산은 4승5패, SK는 6승3패다.
만화 같은 장면은 8회초 나왔다. 양 팀이 1-1로 팽팽히 맞선 상황. 두산의 두 번째 투수 윤명준(25)은 2사 후 3번 최정(27)을 유격수 실책으로, 4번 스캇(36)은 빗맞은 좌전 안타로 내보냈다. 순식간에 1ㆍ3루 위기. 윤명준은 5번 박정권(33)을 상대로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높은 유인구를 던졌지만, 박정권의 방망이에 맞은 타구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로 날아갔다.
맞는 순간 안타를 직감한 SK 벤치는 환호성을 질렀다. 3루 관중석에 앉은 SK 팬들도 신이 났다. 하지만 그 순간 중견수 정수빈이 몸을 날리며 타구를 낚아채 이닝을 종료시켰다.
한 시즌에 한 번 나오기 힘든 환상적인 포구였다. 위기를 넘긴 두산은 8회말 1사 3루에서 2번 대타 고영민(30)이 큼지막한 중견수 플라이로 결승 타점을 올렸다.
정수빈은 지난해에도 믿기 힘든 수비 범위를 잇달아 선보였다. 특히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5-3으로 7회 1사 1루에서 이병규(9번)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은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정수빈은 경기 후 "내가 놓쳤다면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잘 잡아서 기분이 좋다"며 "높은 공이어서 타자가 쉽게 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박정권 선배가 방망이를 휘둘렀고, 공을 잡는 순간 '이제 됐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산 선발 볼스테드(27)는 7이닝 동안 5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8회 나와 1이닝 1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윤명준이 승리 투수가 됐다. SK 선발 윤희상(29)도 7이닝을 6안타 1실점으로 막았지만 상대 야수의 호수비 탓에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한화는 창원에서 NC를 6-2로 꺾었다. 선발 유창식(22)이 5.1이닝 2실점, 김회성(29)이 솔로포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한화 4번 김태균(32)도 5타수 4안타에 2타점으로 제 몫을 했다.
목동에서는 KIA가 장단 15안타를 몰아쳐 13-9로 넥센을 꺾었다. KIA는 시즌 1호 선발 타자 전원 득점을 올렸고, 차일목은 시즌 첫 안타를 만루홈런으로 장식했다. 넥센 박병호는 2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롯데와 LG는 부산에서 연장 12회까지 올 시즌 최장시간(5시간 4분) 혈투를 벌였지만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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