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0년 만이네요. 이번 일을 계기로 한글의 우수성과 자부심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병석(62) 국회 부의장은 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회의원 배지와 국회기 문양의 도안을 현재의 한자에서 한글로 바꾸는 '국회기 및 국회배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의결됐다는 소식에 이같이 말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국회의원들의 왼쪽 가슴에는 무궁화 모양 바탕에 한자로 '국(國)'자가 새겨진 배지가 달려있다. 지름 1.6cm 정도의 작은 배지이지만, '국회의원=금배지'라고 할 정도로 의원들에게는 상징적인 물건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16일쯤 본회의에서 확정되면 앞으로 한글 '국회'로 바뀌게 된다.
국회 배지의 한글화는 박 부의장에게는 더욱 남다르다. 2004년 6월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재선의원이던 박 부의장은 35명의 의원과 함께 국회 상징문양을 한글로 바꾸는 규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호응을 얻지 못했고 관심 부족으로 본회의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한동안 이 개정안은 여러 사람의 관심에서 잊혀졌다. 그러다 지난해 2월 박 부의장이 다시 제안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해 이날 운영위 의결을 통과하게 됐다. 처음 개정안을 발의한 지 꼭 10년 만의 일이다.
박 부의장은 "행정부와 사법부인 정부와 법원은 모두 한글로 돼 있는데 입법부인 국회만 한자로 돼 있다"며 "우리 고유의 한글이 있는데도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상징하는 문양이 한자로 돼 있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이번 의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를 10여 차례 직접 만나 설득했고, 관련 상임위에 참석해 직접 설명을 하기도 했다.
배지의 한글화는 의원들에게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최근 국회사무처가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의원 232인 중 72.4%인 168명이 한글화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의원 배지에 한글이 들어가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5대 국회 참의원(1960~1961년)과 8대 국회(1971~72년)에도 한자 대신 한글 '국'을 새겨 넣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 글자를 거꾸로 보면 '논'이 돼 의원들이 마치 노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금세 한자로 바뀌었고 현재 문양은 1993년 이후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박 의장은 "한자 교육도 중요하지만,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등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상황에서 국회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늦은 감이 있다"며 "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교과서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마음속에도 느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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