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이 어제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다시 머리를 맞댔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소득 없이 헤어졌다. 방송사의 편성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는 문제에 대해 야당은 강제 규정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여당은 민영방송사에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맞서다 보니 개인정보보호법과 단말기유통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미방위에 계류된 100여건의 다른 법안들도 전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방호ㆍ방재법 개정안은 이미 여야가 합의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지만 방송법 문제로 상임위 의사일정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통과되지 못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기국회 이후 7개월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불임 상임위'라는 오명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민감한 법안 처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다른 법안과 연계하면서 무려 100여개의 민생법안을 수개월째 줄줄이 대기 상태로 만들고 있는 것은 스스로 식물국회를 자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이해관계에 있는 기업이나 당사자들의 고충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하루빨리 정치력을 발휘해 절충점을 찾거나, 여의치 않다면 정치적 쟁점이 없는 민생법안부터 먼저 처리하는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미방위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새누리당 소속 한선교 위원장의 중재 부족도 탓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간 한 위원장이 표류 중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나 소속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거나 타협점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한 위원장은 현재 프로농구연맹(KBL) 총재도 겸임하고 있다. 농구장에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시급한 일이 상임위 활동이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 위원장의 직무유기와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로 인한 폐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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