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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란 보편적 사건 공감 얻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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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란 보편적 사건 공감 얻은 듯"

입력
2014.04.0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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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즈버러 북스베스트셀러 예상 작가 친필 사인 받아 초판 판매이정명, 한국 작가 최초 초청주빈국관 개관 리셉션영국 출판계 지대한 관심… 황석영·이문열 등 한자리번역의 중요성 입모아 강조내적 문화 역량 함양 당부도

소설 와 으로 알려진 소설가 이정명(49)의 2012년 작품 (The Investigation)이 지난달 27일 영국에서 출간됐다. 이 소설은 일부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등 현지에서 벌써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동작가 황선미(51)의 (The hen who dreamed she could fly)도 영국서 출간된 지 한 달여 만에 포일스 서점 워털루점 3월 30일 집계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제43회 런던도서전(현지시간 8일 개막)에 즈음해 영국에 진출한 한국 소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황선미 작가가 런던도서전 '오늘의 작가'로 선정됐고 이정명 작가는 8일 전시장 현장에서 미국 에이전트, 영국 출판사 맥밀런 등과 공동 간담회를 진행했다. 비영어권 문학에 미국보다는 덜 배타적이지만 그래도 영국 출판 시장의 벽 역시 두터운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한국 작품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정명 작가는 앞서 7일 런던 시내의 작은 서점 '골즈버러 북스'에서 특이한 사인회를 했다. 사인을 받으려는 독자가 없는데도 홀로 책상에 앉아 초판본 250부에 정성껏 이름을 적었다. 1999년 문을 연 서점의 독특한 마케팅 방법이다. 이 서점은 좋은 반응이 예상되는 책에 작가의 친필을 써넣은 뒤 '적절한' 값을 받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판매한다. 이 서점이 구비한 작가 친필 서적으로는 조지 오웰의 , 조앤 롤링이 가명으로 발표한 등이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작은 서점이 고전하고 있는 영국에서 이 같은 방식은 모범적인 생존 전략으로 꼽히는데 이 사인회에 이름을 올린 한국 작가는 이정명이 처음이다.

작가는 "시인 윤동주의 실화 등 한국 역사를 다루긴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 보편의 사건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공감을 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대만, 일본 등에 판권이 이미 팔린 상태다. 추리소설에 가까운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미스터리 팩션의 특성을 지닌 은 청소년과 성인문학의 경계가 흐릿하고 장르문학의 소비가 활발한 영어권 출판시장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한 한국과 영국 독자의 반응이 비슷해 놀랐다"며 "문학, 예술 등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이것들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오후 런던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마켓 포커스(주빈국)관' 개관 기념 리셉션은 영국 출판계가 한국 출판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잭스 토머스 런던도서전 조직위원장, 리차드 몰렛 영국출판협회장 등 영국 출판계 인사 150여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도서전의 공식 초청을 받은 황석영, 이문열, 신경숙, 이승우, 김인숙, 김혜순, 한강, 윤태호 등은 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작가들은 "(부실한) 번역 문제가 한국 문학 등 출판물의 영어권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리셉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 문화를 선호할 특별한 이유를 앞서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책을 사주길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황석영은 "한국 문학의 가장 큰 걸림돌은 좋은 번역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면서 "제대로 번역만 돼도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 반응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문열은 "살아가는데 있어 한국과 관련한 지식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나라에선 한국 출판물이 번역돼 팔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내적으로 한국 문화의 힘을 키우는 게 우선이란 의견을 더했으며 신경숙은 "번역이 중요한 만큼 원작 국가에 대한 호감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런던도서전은 8일 오전 런던 얼스코트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1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도서전에서 주빈국으로 선정된 한국은 이날 오전 10시 별도의 마켓 포커스관 개관 행사를 가졌다. 잭스 토머스 런던도서전 조직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세계 열세번째 경제 대국인 한국은 출판산업에 있어서도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나라"라며 "케이팝과 영화, 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한류가 두각을 나타냈듯 문학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런던=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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