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세기부터 기원후 5세기까지 마케도니아와 로마제국의 젊은이들은 말과 전차를 타고 세계를 정복했고, 16세기에서 19세기까지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의 젊은이들은 함대와 제국주의적 무역상을 내세워서 식민지를 지배했다. 이렇듯 역사 속의 세계화는 전쟁과 약탈을 통해 피지배국에게 파괴와 아픔을 줄 뿐이었다. 한국은 5,000년 역사에서 타국을 단 한 차례도 지배 목적의 공격을 하지 않은 평화국가로서, 피지배국으로서의 파괴와 아픔을 극복하고 단 반세기 만에 산업화, 민주화를 달성했다.
한국은 외국인근로자 200만 시대를 맞이할 정도로 일자리가 많은 나라이다. 반면 청년실업자 100만 명을 포함한 실업자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유럽 젊은이들이 외국인근로자를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경쟁자로 보고 테러를 일삼는 반면, 한국 청년실업자들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자신들이 담당해야 할 3D직업을 대신 해준다고 고마워하는 독특한 나라이다. 정부는 청년실업자들이 원하지 않는 직장을 만들고 이들에게 취업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원하는 고품격,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선진국 중심 세계화의 두 가지 모델이었던 전쟁과 약탈을 통한 세계지배는 잘못된 세계화 모델이다. 한국은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16개 국을 비롯하여 물자 및 의료 지원을 해준 67개 국가에 보은하고, 도움을 기다리는 100여 개발도상국에 나눔과 봉사를 실천함으로써, 바람직한 세 번째 세계화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꿈과 야심을 가진 한국의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 동안 이루어진 수많은 한국형 성공모델 소개에도 불구하고 한국 모델을 이용해서 큰 성공을 이룬 대표적인 국가는 아직 없다. 경제개발계획, 새마을운동 등 한국의 성공을 이루어낸 여러 가지 모델을 담당하는 부서 간에 통합은 말할 것도 없고 단순한 소통과 협조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충분한 성공을 끌어내지 못한 동시에 나눔과 봉사에 대한 수혜국의 경제 및 사회 상황 변화와 수혜국 국민의 문화 및 인식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한국의 성공을 다른 나라에 소개하는 전담조직, 즉 '세계화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시대적 소명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대통령직속 '세계화위원회'(가칭)로 승격하여 종합적, 네트워크적, 동태적, 지속적인 세계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제안한다. 이 위원회에서는 지난 반 세기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한국의 발전경험을 기반으로 평화, 번영, 문화 등 다양한 핵심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통합국가발전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이 모델에는 평화 면에서 민주화, 안전행정, 교육, 의료, 소방방재 등을 포함시키고, 번영 면에서 경제개발5개년계획, 새마을운동, 무역투자, 과학기술, ICT, 농업기술, 행정시스템 등을 포함시키며, 문화 면에서 한글, 한식, 태권도, K팝 등을 포함시킬 만하다. 100만 청년 실업자들에게 통합국가발전모델을 다른 나라에 적용해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시켜 한국의 성공경험을 공유하기 원하는 세계 각국에게 파견함으로써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한국,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세계를 창조하자. 이와 별도로 '국제교사자격증'(가칭) 제도를 만들어 원하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이 자격증을 갖게 하고, 이들을 한국 제도를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을 갖지 않는 세계 여러 나라의 초중고교에 파견하여 이들 나라의 차세대 지도자들을 교육시키는 역할을 부여하자.
대한민국 청년들을 5대양 6대주 개발도상국에 파견하여 산업화 및 민주화를 도와주고 초중고 선생님으로 파견함으로써 한국은 전쟁과 약탈의 1, 2차 세계화에서 나눔과 봉사의 3차 세계화라는 새로운 모델의 주역이 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의 힘으로 나눔과 봉사로 해가 지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내자.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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