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의원 개정안 제출"보험업만 취득가액 적용… 시가 오르면 3%룰 배치"삼성생명·화재 직접 영향"시가 변동 때마다 처분하면 장기적 자산운용 해쳐" 항변금융당국은 신중"특혜 없애야-표적 발의… 양측 주장에 모두 일리"
보험회사의 계열사 지분보유 한도를 취득가액이 아닌 공정가액(시가)으로 바꾸자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보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개정안대로 법이 바뀌게 되면 영향을 받는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단 2곳. 법안을 발의한 쪽에서는 "지금까지 이 법이 삼성을 위한 특혜법이었다"고 공세를 펴는 반면, 삼성은 "지금까지 법을 준수해온 삼성을 표적으로 한 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종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8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 등 국회의원 14명이 국회에 보험사가 시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를 넘는 규모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골자는 '3%'의 기준. 현행 보험업법은 주식을 사들일 당시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3%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현재 시가 기준으로 3%를 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금융사인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과다하게 보유해 부당 지원에 나서지 못하게 한다는 게 이 법 조항의 취지인데, 일단 취득 후에는 아무리 시가가 올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업권과 달리 유독 보험업에서만 취득가액을 적용한다"며 "자산운용비율을 따질 때 분모에 해당하는 총자산은 시가로 하면서 규제대상이 되는 분자는 취득가액을 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법안 발의배경을 밝혔다.
문제는 법 개정으로 영향을 받는 보험사가 24개 생명보험사 중 삼성생명이, 그리고 27개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삼성특혜법이다"(이 의원) "삼성 표적 개정안이다"(삼성) 등의 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쟁점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시가 기준으로 19조원 가량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카드 등 계열사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취득원가(2조6,000억원)로는 총자산의 3%에 한참 못 미치지만, 시가 기준으로는 12.4%에 달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총자산의 3%인 4조8,000억원을 초과하는 14조원 상당의 계열사 주식을 5년 내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 삼성그룹 지배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 측은 개정안이 보험업의 특수성을 무시한 법안이라고 반박한다. 회사 관계자는 "자산 운용을 1, 2년 단위로 짧게 하는 은행이나 증권사와 달리 보험은 수십 년 장기로 운용하기 때문에 수시 처분이 불가능하다"며 "시가 변동에 따라 때마다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면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자칫 삼성을 옹호하거나 반대로 삼성 때리기에 동참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탓이다. 해외 사례 역시 일률적이지 않다. 대부분 시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미국 뉴욕주 등 일부에서는 보험사가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을 취득할 때에만 규제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에 몹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법의 취지를 존중하되 안정성을 해치지는 않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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