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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블라인드 테스트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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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블라인드 테스트의 굴욕

입력
2014.04.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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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스트라디바리우스 등 바이올린 명기와 그보다 값싼 현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했다. 어떤 바이올린이 더 좋은 소리를 낸다고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수백억을 호가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소리가 당연히 더 좋았을까. 결과는 반대다. 연주자들은 가격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요즘 바이올린 소리가 더 낫다고 느꼈다.

8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옛 이탈리아 바이올린과 현대 바이올린 연주자 비교 평가' 논문에 따르면 10명의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스트라디바리우스를 포함한 옛 바이올린 6대와 현대 바이올린 6대로 75분 동안 연주하며 소리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첫 연주는 리허설 룸에서 두 번째 리허설은 300석 콘서트홀에서 진행했다.

연주자들은 공연이 끝난 뒤 가상의 콘서트 투어에서 지금 연주한 바이올린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 묻자 10명 중 6명이 현대 바이올린을 선택했다. 12대의 바이올린 중 연주자 선호도 1, 2위는 모두 현대 바이올린이었다. 연주자들은 연주 성능이나 조음력, 음향방사 등에서 현대 바이올린이 '명기'보다 낫다고, 음색은 거의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실험에 사용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5대. 이 바이올린은 17, 18세기 이탈리아 장인 스트라디바리 가문에서 만들어 '마법의 악기'로까지 불리는 명기다. 한국에서는 정명화 씨가 국내 최초로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를 소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은 이탈리아의 오래된 바이올린이 음색에서 요새 만든 바이올린 보다 우월하다고 믿어왔다. 옛 바이올린에 사용된 광택제, 나무의 성질, 나무의 두께 등이 달라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음색이 더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과학 논문도 적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조차 바이올린 명기와 현대 바이올린의 음색 차이를 구분해 내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학적으로 음색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전문 연주자들조차 어떤 음색이 더 좋은지 구분하지 못한다면 100배나 더 비싸게 주고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해야 할 이유가 뭘지 궁금해진다.

김연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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