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어려워도 가난한 자에겐 사기 치지 마라”
무속인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가끔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깨끗한 물을 흐리듯 일부가 과다한 금품요구-사기-신의 기운 운운하며 성관계 요구 등 범죄로 선량한 무속인들을 욕 먹이고 있다.
이들이 정말 나쁜 것은 가난하고 불쌍한 고객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대도 조세형’처럼 부자나 권력을 가진 사람을 상대로 나쁜 짓을 했더라면 적어도 파렴치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조세형을 한때 미화한 적이 있었다. 도둑질은 분명히 범죄이나 부잣집만 골라 행한 그의 특이한 범죄에 국민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같다.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지만 일제 강점기 때 유명한 점쟁이 김문모도 친일파를 상대로 사기를 쳐서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김문모는 1926년 우리나라를 팔아먹은 일등공신인 이완용의 친형이자 한성은행장을 역임한 이운용에게 통렬한 사기극을 벌여 화제가 되었다.
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의 책(‘왜? 남자는 고독하고, 여자는 외로울까’)에 따르면 이운용은 여색과 유흥에 몰두한 나머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고민에 빠진 이운용을 상담한 김문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신의 노여움을 샀다면서 그 집을 팔고, 집을 판 돈을 청홍색 보자기에 싸서 불홍사 신령전에 올려놓고 기도하라고 권고했다.
그런데 이윤용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던 때였다. 김문모가 보자기 안에 든 3만원을 꺼내고 대신 종이를 채워놓고 도망쳐 버렸다. 뒤늦게 속았음을 깨닫고 종로경찰서에 고소했지만 이 일로 이윤용은 재산은 물론이고 건강까지 잃어 자리에 눕고 말았다.
이 글은 김문모를 미화하기 쓴 것이 아니다.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어렵게 사는 상대에게 사기를 쳐서는 안된다는 경고와 신의 제자가 나쁜 짓을 한다면 신에게 벌을 받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어서다. 또 고객에겐 상식 이하의 요구에 속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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