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규모의 글로벌 유동성이 한꺼번에 풀려 전 세계 자산을 올려놓았으니, 풀린 돈을 회수할 때는 자산가의 조정이 있겠지요. 그러나 자산가의 조정은 자산별, 지역별로 차별화가 진행될 겁니다"
㈜로블트리 인베스트먼트 이정원 대표(사진37)은 작년 5월 버냉키 미국 전 FRB의장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시장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상기시키며 이처럼 말했다.
이 대표는 따라서 테이퍼링이 진행되고 결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결될 미국의 출구 전략을 앞두고, “변동성 장세에 대비하고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고 말했다.
최근의 시황에 대해 이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들은 글로벌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천문학적인 양적 완화책을 실시했습니다.
2009년 초 미국의 1차 양적 완화를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이 양적 완화의 대열에 동참했지요. 5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미국은 경기회복세가 공고해졌고, 중앙은행과 정부는 경기확장세로 이어질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보다 경기회복 사이클이 늦은 유럽과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려는 일본은 아직 양적 완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경기부양책의 실시와 책임을 정부가 지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정부도 부양책을 거둬들이고, 성장보다 정부 자체의 건전성을 살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주요국들이 자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제공했던 엄청난 유동성은 주로 상대적 고금리인 이머징 마켓 국채 및 중국 경제 성장을 등에 업었던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이머징 마켓의 자산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려놓았죠.
그러나 작년 5월, 전 미 FRB의장이었던 버냉키의 테이퍼링 가능성 언급 이후, 이머징 마켓 자산시장 가격을 올려 놓았던 글로벌 유동성이 이머징 마켓에서, 테이퍼링을 단행하기 시작한 미국과 경기회복이 진행 중인 유럽 등으로 환수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머징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며 가격 조정이 진행되었습니다. 더구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최근의 중국 성장률 둔화 및 금융시장 불안, 미국의 유동성 환수로 인해 상대적으로 금융시장 타격이 큰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작년 5월 이후, 이머징 마켓에 대한 글로벌 IB들의 투자의견들은 이머징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 및 변동성 확대를 예상하며 ‘비중축소’로 하향되었으며, 글로벌 유동성들은 주식, 채권 시장 할 것 없이, 이머징 마켓에서 순유출세가 한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아직 이머징 마켓에 대한 불안감이 가신 것이 아닙니다. 특히 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선진국들의 경기회복 수혜보다는 중국의 경기불안에 따른 성장 부진으로 인해, 국가 성장 동력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지요. 또한 소규모 개방 경제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많은 만큼, 외부 환경 변화에 시장이 민감하게 흔들리는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머징 국가들의 자산가격, 특히 주가가 ‘너무 싸졌다’는 데에 이제는 주목해야 합니다. MSCI 기준 선진국 지수와 이머징 마켓 지수는 2000년 전후로 아시아 외환위기 및 IT 버블 이후 역사적으로 가장 큰 격차로 벌어진 상태이며, 선진국 특히 미국 자산은 최근 2년 동안 조정 없이 급격히 올라 투자자들은 이에 따른 가격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유럽 시장도 작년 20% 가까운 상승을 보이며, 어느 정도 기간 조정이 필요한 국면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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