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둘러앉아 귀를 쫑긋 세우던 풍경은 이제 그야말로 '옛날이야기'가 됐다. 케이블방송 애니메이션 채널이 24시간 가동되고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며 게임을 하는 시대에 할머니가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사라져가던 이야기할머니가 부활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 지원자가 예년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7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1월13일∼2월21일 '제6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지원을 받은 결과 전국에서 4,995명의 직업 없는 노령 여성(만 56세 이상 70세 이하)이 몰렸다. 이는 2,600여명이 지원했던 지난해에 비해 52%나 늘어난 수치다.
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상당수 지원자들은 사회의 일원이자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위해 활약하는 1~5기 선배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동기를 얻었다. 또 은퇴 후 소외감을 느끼던 노년들을 위해 가족들이 적극 권유한 경우도 많았고, 단절된 조손(祖孫)세대의 소통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소명을 느끼는 할머니들도 적지 않았다.
국학진흥원은 지난달 면접 대상자를 발표한 데 이어 7∼15일 전국 권역별로 동시 면접, 28일 750명의 최종합격자를 발표한다. 면접대상자는 수도·강원권 2,433명, 영남권 1,476명, 충청·전라권 940명, 제주도 32명으로 경쟁이 만만치않다.
6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는 경북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에서 5월 12일부터 2박3일간 신규교육, 월례교육 등 전문양성교육을 받는다. 교육 과정을 모두 수료한 이야기할머니들은 내년부터 거주지 인근 유아 교육기관에서 활동한다.
심상훈 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할머니사업단장은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노년 여성들에게 사회재진출의 기회를 주고 유아들의 인성함양,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되찾는 성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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