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아우슈비츠 수용소' 부산 형제복지원을 운영한 박인근(84) 원장 일가가 참혹한 인권유린 실상이 드러난 1987년 이후에도 법인명을 바꿔가며 복지재단을 운영, 재산을 불려 온 것처럼 대전 성지원의 노모(72) 전 이사장 일가 역시 시설 규모를 확장하는 등 '복지 재벌'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지원은 형제복지원과 마찬가지로 1970~80년대 대전ㆍ충남지역의 부랑인을 수용했던 시설로 강제노역과 불법감금, 운영비 착복, 원생 200여명 집단 탈출 등 인권유린 실상이 드러났지만 당시 군사정권의 비호로 진상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1988년 노 전 이사장은 징역 10월의 처벌을 받았다.
7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성지원을 운영했던 노 전 이사장의 부인 윤모(72)씨는 현재 대전 지역에서 중증장애인 시설, 노숙인 보호시설, 병원, 특수학교 등 12개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천성원의 이사장이고, '작은 부인'으로 알려진 박모(61)씨는 세종시 일대에서 부랑인보호시설과 장애인 직업훈련장 등 5개 시설을 거느린 사회복지법인 이화를 운영하고 있다. 노 전 이사장의 아들(43)은 천성원 소속 중증장애인 시설 원장이다. 노씨 일가가 운영하는 복지재단의 자산 규모는 450억원에 달한다.
노 전 이사장은 성지원 사건 외에도 1998년 납치, 감금, 성폭행, 불임시술, 강제노역 등으로 세상을 경악케 한 '양지마을 사건'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충남 연기군의 부랑인 수용시설 양지마을을 운영했던 천성원의 당시 이사장이 노씨였다. 이 사건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노씨는 이후 이사장에서는 물러났지만 최근까지도 천성원 소속 대전한일병원 대표를 지내는 등 재단 일에 관여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천성원에서 '사회복지법인 이화'가 분리, 독립되면서 현재까지 노씨 부인들이 재단을 하나씩 맡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가 된 성지원과 양지마을은 각각 '자강의 집'과 '금이성마을'로 이름을 바꿔 여전히 노씨 일가가 운영하고 있다.
1987년 당시 형제복지원과 성지원처럼 부랑인을 수용한 시설은 전국적으로 36곳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인권유린, 운영비 착복 등 비리를 저지른 복지시설 운영자들이 처벌을 받고 나서도 화려하게 재기를 하는 건 사회복지사업법의 한계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아도 집행이 끝난 후 3~7년이 지나면 재단 임원이 될 수 있고, 가족 등 일가 친척에 대한 임원 제한 규정은 없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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