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어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제안했던 여야 영수회담 제의를 거절했다. 안 공동대표의 회담 제의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었던 만큼 청와대의 거절은 정당공천 폐지를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늦게나마 박준우 정무수석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 보내 입장을 전달, 형식을 갖춘 것은 그나마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정치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지방선거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마당에)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회담 거절의 내용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본인의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사과나 양해, 유감을 전혀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면, 박 대통령이 공약 당사자로서 국민에 이해를 구하는 언급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야당 입장에서는 여전히 박 대통령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고, 반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문제 논의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가 임박한 지금이야말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정국을 꼬이게 만든 기초선거 공천 문제를 풀 수 있는 절실하고도 적절한 시기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법 개정 사안'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언급하기 어렵다는 대목도 그렇다. 선거와 직결된 법 개정이야말로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사안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정치현안은 여야가 합의하면 존중하겠다"고 말한 대목을 주목한다.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면 4월 국회에서 정당공천 관련 선거법을 개정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차례 여야가 협상을 재개해 절충안을 만들어 낼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여당과 제1야당이 서로 다른 룰에 의해 선거를 치르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비정상적이며, 국민을 또 한번 둘로 쪼개고 심각하게 분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치적 파행과 후유증을 알면서도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 정치는 정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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