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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4월 8일] 야쿠자의 변신

입력
2014.04.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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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쿠자는 14, 15세기 전국시대에서 기원했다는 게 통설이다. 당시 죄인 노름꾼 건달 등 하층민들이 패거리를 조직해 암시장을 장악했다. 조직이라 하지만 동네깡패 수준이었다. 그러다 17세기 도쿠가와 막부 시절 실직한 하급 무사들이 패거리와 섞이면서 이해관계에 의한 '사적(私的)권력'을 행사하는 폭력조직으로 발전했다. 일본이 제국주의의 길을 걷던 19세기 말 이후부터는 우익세력으로 정치와 결탁, 권력의 비호를 받는 기업형 범죄조직으로 급성장했다.

■ 1990년대 버블경제가 꺼지고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면서 야쿠자는 경기침체의 주범으로 비난 받았다.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80년대 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금융자금이 대거 야쿠자로 흘러 들어갔고, 부동산 등 투기업종에 투자된 돈은 경기폭락과 함께 졸지에 부실채권으로 전락했다. 야쿠자가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된 기업에 대출된 자금이 무려 4,000억달러였다. '야쿠자 리세션(recessionㆍ경기침체)'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 팽창가도를 달리던 야쿠자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 이 즈음이다. 한 때 수천개의 지역조직에 조직원도 수십만명에 달했던 야쿠자는 정부의 강력한 폭력척결 의지에 밀려 세력이 크게 위축됐다. 2년 전 도입된 '폭력단 배제 조례'로 야쿠자 연계사업이 철퇴를 맞으면서 이권의 먹이사슬이 붕괴했다. 야쿠자 두목의 생일이나 출소한 조직원 환영을 위한 파티 장소 제공, 폭력단 차량에 대한 방탄장치 설치 등이 금지됐다. 최대조직 야마구치구미 조차 한 때 5만명에 육박하던 조직원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 위기감에 빠진 야쿠자가 회칼 대신 빗자루를 들었다고 한다. 야마구치구미는 최근 홈페이지에 조직원들이 쓰레기를 줍고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사진들을 올렸다. '마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선구자가 될 것을 맹세한다'는 구절도 있다. 홈페이지만 보면 폭력조직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이미지를 개선해 와해되는 조직을 살리려는 의도겠지만 이런다고 폭력의 유전자가 근절될지.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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