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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작가 노벨상 배후에 소련의 붕괴 노린 CIA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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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작가 노벨상 배후에 소련의 붕괴 노린 CIA가 있었다"

입력
2014.04.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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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1월 비밀 소포가 미국 버지니아주 랭리의 중앙정보국(CIA) 본부에 배달됐다. 영국 정보부 MI6가 보낸 소포에는 러시아 소설 를 찍은 사진필름 2통이 담겨 있었다. 영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당시 러시아에서 출판 금지된 이 책은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냉전시대 선전무기였다.

CIA는 즉각 소련 실상을 폭로할 수단으로 이 책을 인쇄해 공산권을 포함, 전세계에 배포하는 작전에 돌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 6월 출간될 '지바고 사건'의 저자들이 발굴한 CIA문서 130여건을 입수해 닥터 지바고에 얽힌 냉전의 역사를 6일자에 소개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닥터 지바고의 출판과 이후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은 냉전 최대의 문화적 소동이었다. CIA는 당시 소설과 시 등 문학까지 '냉전의 무기'로 활용했다. 냉전 기간 1,000만권의 책과 잡지가 CIA에 의해 비밀리에 배포돼 철의 장막을 사이에 두둔 정치전쟁에 동원됐다. 제임스 조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토머스 엘리엇,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이 CIA가 활용한 대표적 작가로 꼽힌다.

특히 닥터 지바고처럼 소련과 동유럽에서 판금 또는 출간이 불허된 책은 공산사회 실상을 폭로할 선전물로 안성맞춤이었다. 더구나 의사이자 시인인 주인공 유리 지바고는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분신이자 러시아 혁명기를 살아온 소련 지식인의 모습이기도 했다.

CIA 소련담당 책임자 존 모리는 58년 7월 보고서에서 이 책이 소련 공산당이 추구하는 세계관에 대한 분명한 위협이라고 그 활용가치를 평가했다. 그는 파스테르나크가 모든 인간은 정치성향이나 사회기여도에 관계없이 인간으로서 존경 받아야 한다고 책에서 쓴 것이 소련 공산체제와 사회주의 윤리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CIA는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권 시민의 손에 이 책을 전달한다는 계획을 세워 구체적 작전에 돌입한다.

CIA는 먼저 네덜란드 정보당국 BVD의 협조 속에 헤이그에서 러시아판 닥터 지바고를 출간한다. 책의 전세계 배포를 위해 CIA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2차대전 이후 처음 43개국이 참가하는 세계 북페어까지 개최했다. 당시 소련 국적자만 1만6,000명이 북페어 참가를 위한 비자를 발급받았다. 공산권 참가자들은 이후 닥터 지바고의 책 겉장을 뜯어내고 수십 쪽씩 나눠 몰래 자국으로 가져간 뒤 퍼뜨렸다.

공산권의 학생과 지식인 사이에서 책의 수요가 폭발하자 CIA는 숨겨 읽기 편한 문고판 크기로 러시아 폴란드 독일 체코 헝가리 중국어판을 워싱턴에서 직접 인쇄해 배포했다. 파스테르나크가 프랑스 지인에게 편지를 보내 "사람들이 브뤼셀에서 봤다는 닥터 지바고가 진본이 맞느냐"고 물을 정도로 작전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CIA 소련담당 부서가 주관한 이 작전은 당시 앨런 덜레스 CIA 국장에게 정기 보고됐고, 해외비밀활동을 주관하는 작전협력위원회(OCB)를 통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도 보고됐다. 58년 말 파스테르나크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되면서 CIA의 작전은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물론 소련은 이를 도발로 간주하고 파스테르나크에게 수상을 거부토록 압력을 가했다. 파스테르나크의 노벨상 선정과 닥터 지바고 영화제작 과정에 미국 CIA가 개입했는지는 이번 자료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어쨌든 닥터 지바고를 둘러싸고 진행된 사건들은 당시 세계가 얼마나 이념적으로 대립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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