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70대까지 두루 찾는 ‘나만의 비만주치의’
“보기에 나쁘다고 몸에 나쁜 건 아닙니다. 많은 비만클리닉이 젊은 여성 대상 미용치료에 집중하고 있죠. 이들은 혈액순환이 잘 안돼 몸에 붙은 군살이 주 제거대상인데 이는 내장비만처럼 고지혈증을 야기하는 등 혈관을 통해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정말 몸이 안 좋아서 건강 때문에 살을 빼고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살을 빼야하는 사람, 비만 때문에 불임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등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 등. 이분들은 혼자 빼기 힘들다고 여타 클리닉을 찾기는 또 좀 불편하거든요. 소아 비만부터 70,80대 노인까지 건강 다이어트를 원하시는 분들이 저희 병원을 찾아오세요.”
대구 도심에서 출발해 고속도로를 타고 사십 여분을 달려가면 한산한 마을에 논과 들 사이에 ‘제일S병원’이 보인다. 병원 특성이 전원생활과 이질감이 들지만 대구 전역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 인도에서도 소문 듣고 찾아온다. 서정열(42) 제일S병원장은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만국 공통이에요! 그게 건강과 연결된다면 금상첨화죠”라며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다이어트를 이야기했다. 서 원장은 내과전문의다. 덕분에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을 가진 환자들도 안심하고 혈압과 혈당조절을 위해 비만치료를 받는다. 그는 체성분 분석과 더불어 채혈검사로 건강상태를 점검한 후, 체질에 따라 맞춤형 다이어트 처방을 내린다고 했다.
비만은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나쁜 음식 때문
“많이 먹어서, 운동이 부족해서 살이 찌는 걸까요? 나쁜 음식이 살찌는 체질로 몸을 길들여왔기 때문 아닐까요?”
대다수의 사람은 많이 먹기 때문에 살이 쪘다 생각하고 식사량을 줄여서 살을 뺀다. 하지만 서 원장은 무턱대고 먹는 양을 줄이거나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많이 먹어서 살이 찐 건 참 드물어요. 무엇을 먹느냐가 훨씬 크죠. 흰쌀밥 대신 현미밥을, 초콜릿 대신 야콘이나 고구마, 라면을 빼고 식이섬유를 더하고, 간을 조금씩 내리고 차근차근 바꿔나가면 살이 안 찌는 체질로 몸이 변할 수 있어요”라며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운동도 마찬가지. 운동량이 적어서라기보다는 단백질원 대신 체지방을 만드는 음식을 많이 먹어 살이 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서 원장은 약물치료도 병행한다. 적절한 약물 복용은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고 의사와 환자 간 신뢰 형성에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다. “살 빼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급한 부분은 약을 복용해서 빼기도 하고 그러면서 환자는 저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살 빠지는 재미를 아는 거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체질개선 프로그램도 잘 지키게 되더라구요.”
체질맞춤 다이어트는 그렇게 시작한다. 살을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환자는 서 원장이 시키는 대로 식단일기를 쓴다. 서 원장은 한 주에 한 가지씩 정도만 변화를 준다. 수많은 사람들의 식생활을 본 결과 비만이 온 데는 반드시 식단에 문제가 있단 결론이다. 그는 일주일에 한 가지 정도만 변화를 준다. 입맛을 바꾸는 일이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씨 이번 주에는 라면을 끊어 보죠.’ ‘이번 주에는 소금기를 반 정도로 줄여보는 게 어떨까요?’ 차근차근 한 단계씩 나아가다보면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로 바뀔 수 있다. “한두 번 먹는 걸로는 무리가 없죠. 하지만 5년, 10년 이렇게 지속적으로 섭취하다 보면 몸에 쌓이고 체질도 변하게 합니다.”
몸에 좋다는 음식이 다 내게 좋지는 않다
서 원장은 “몸에 좋다고 다 내 몸에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과일은 몸에 좋은 음식이지만 혈당량이 높은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혈액 점성이 높아져 순환에 문제가 될 뿐 아니라 과잉 공급된 포도당 과당은 지방으로 전환된다. 그럴 경우 과일에 든 비타민이나 무기질은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으면서도 당이 적은 파프리카, 브로콜리 등을 대신 권한다. 사람마다 상태가 달라서 꼼꼼하게 체크한다는 서 원장은 철저히 각각의 환자를 새로운 케이스로 본다. “소아 비만으로도 많이 찾아오시는데 아이들의 경우 적게 먹으라고 하는 건 위험하죠. 성장기잖아요. 식단을 뼈나 근육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게 바꿔줘요. 키가 자라면 살이 빠지는 것과 같으니까요.”
“비만클리닉을 목적으로 병원을 세운 건 아니에요. 위산 역류로 고생하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우연히 길이 열렸죠”라며 비만치료로 이름을 날리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13년 전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은 A씨는 뱃살에 위가 눌려 위가 제 역할을 못하는 케이스였다. 약을 먹으면 당장은 해결되는 듯했지만 또 다시 제자리. 서 원장은 조심스레 다이어트를 권했다. 내과의사로서 소화기 장애 원인인 비만을 치료했을 뿐인데 유명세가 시작됐다. 평소 발이 넓은 A씨는 건강하게 날씬해진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고 덩달아 입소문이 났다. 체倖쩠?비만치료는 그렇게 시작했다.
새로운 일은 또 다른 보람을 주었다. 서 원장과 함께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들은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그를 다시 찾는다. 한 일본인 환자는 그 멀리서도 주기적으로 혈당, 혈압 등 상태를 알려온다. 다이어트로 찾은 건강밸런스를 서 원장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살을 빼고 나서 좋아진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종종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좋은 체질 잘 지키고 있다고 자랑하시죠. 뿌듯해요. 그분들이 건강한 생활에 제가 역할을 하고 있단 걸 체감할 수 있어서.”
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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