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나이로 서른 여덟이다. 하지만 대회에 나서는 마음가짐과 실력은 20대 전성기에 버금간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25승(메이저 5승)을 거둔 '골프 여왕' 박세리(KDB금융그룹)가 화려하게 돌아왔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한 모습이다.
박세리는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선두 그룹에 불과 2타 뒤진 공동 3위로 4라운드에 나선 박세리는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2오버파 74타를 적어냈다. 박세리가 정상에 섰다면 1998년 LPGA 도전 이후 16년 만에 메이저 4개 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4위에 머물렀다. 대회 우승은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열 아홉살의 렉시 톰슨(미국)에게 돌아갔다.
박세리는 "아쉽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 욕심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요즘 샷이 아주 좋아졌다.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박세리는 한때 '주말골퍼'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했다. 지난주 KIA 클래식 6위에 이어, 나비스코 챔피언십까지 2개 대회 연속 톱10에 진입했다. 2010년 5월 벨 마이크로클래식 이후 우승이 없지만 최근 대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머지않아 26번째 우승 트로피도 수집할 기세다. 최근 스윙을 고치고 퍼팅 그립을 바꾸는 모험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시즌 중에 스윙이나 퍼팅 그립을 바꾸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박세리는 우상이자 레슨 코치인 아버지 박준철(67)씨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지난 달 미국으로 건너와 박세리의 스윙을 본 박씨는 "나이가 들었으니 스윙도 변해야 한다"는 의견을 딸에게 건넸다. 더 간결하고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임팩트에 중점을 둔 스윙으로 바꾸자는 조언이었다.
아버지와 딸은 20여일 동안 스윙 개조에 매달렸다. 백스윙 궤도가 전보다 더 간결해졌다. 비거리가 조금 줄었지만 대신 정확도가 올라갔다. 퍼팅 그립은 왼손이 오른손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역그립으로 돌아왔다. 역그립으로 많은 우승을 일궜던 박세리는 최근에는 오른손이 내려가는 그립을 썼다. 퍼터 그립도 굵은 신형으로 바꾸면서 일관된 퍼팅을 했다. 이번 대회 라운드 평균 퍼팅 수 29개가 이를 증명해준다.
박세리는 "아버지가 스윙과 퍼팅을 잡아주니 많이 좋아졌다"면서 "우승을 놓쳤지만 6월 US오픈에서 또 한 번 메이저대회 제패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를 잊은 박세리의 커리어그랜드슬램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