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빼 대구’ 패셔니스트로 변신 중
옛 사람들은 집을 사람에 비유했다. ‘제집’이라는 말이 ‘계집’에서 유래되었다. 집은 아내처럼 편안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더불어 사람처럼 단장도 했다. 기와부터 문살, 문풍지, 담에 이르기까지 형편이 되면 ‘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잘 생기거나 예쁜 마을이 있었다. ‘관상’ 좋은 마을에서는 인재도 난다고 믿었다. 해서 숲을 가꾸고 마을길을 단장하는 등 마을의 얼굴을 가꾸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마을의 풍경에는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인품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대구시 도시 디자인과 안철민(59)총괄본부장은 대구의 관상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의 도시 디자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도시디자인에 대해 “한 마디로 가장 창조적인 업무”라고 강조했다.
도시디자인 총괄본부는 2008년 8월에 창설했다. 처음 창설할 때만 해도 말 그대로 개념정립도 제대로 안 되어 있었다.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모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업무는 창의적 발상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마을 가꾸기’를 잊고 살았다. 특히 산업화 시기에는 폐허에서 일어서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효율과 기능만을 따지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했다. 생계와 성과에만 급급한 사람들의 마음은 도시의 외관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보급한 몸빼처럼, 정말 멋이라곤 없는 도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비단 대구만의 일은 아니었지만.
도시 디자인 총괄본부는 출범 이래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주요 도로 간판 정비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벽화 작업을 추진하고 회색 투성이의 건물들에 보조색과 강조색 개념을 적용해 심플하면서도 컬러풀한 외관을 만들었다. 한 마디로 단색의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왔다. 그간 디자인 총괄본부에서 펼친 굵직한 사업을 살펴보면, 읍성 상징 거리 사업을 비롯해 앞산 맛 둘레길과 명덕네거리에서 영대네거리까지 문화 예술 생각대로(大路)를 조성했고, 범어천 생태 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범어천에는 수생 식물 등을 심어서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간의 노력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1년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가 열렸을 때 마라톤 구간을 따라 비친 대구의 모습은 대구 시민들도 놀랄 정도로 전통과 세련미가 잘 어우러져 있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세계 에너지 총회에서도 관계자들로부터 “도시가 아담하고 아름답다. 정돈이 잘 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본부장은 “모든 이들의 눈에 띄는 큰 건축물부터 교각 아래 같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활기찬 색과 디자인을 입히겠다”면서 “대구가 파리처럼 누구나 한번쯤 직접 가서 보고 싶어 하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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