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지형 위에 다양한 식생환경이 형성된 제주도 곶자왈 지역에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이 발견됐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생물자원센터 이정숙 박사팀과 함께 제주도 곶자왈에서 새로운 '속(Genus)'의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그 동안 곶자왈의 동ㆍ식물과 토양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 왔지만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물의 분류 체계의 하나인 속은 가장 작은 분류 단위인 종보다는 높고 과보다는 낮은 단계의 그룹 속한다. 연구팀은 곶자왈 토양 시료에서 미생물을 분리, 계통분류학적 분석을 통해 이번에 발견된 미생물이 기존 미생물과 다른 새로운 속의 미생물임을 확인했다.
이 미생물은 근연관계에 있는 다른 미생물과 형태나 생리화학적 측면에서 차이를 보였으며, 계통수(phylogenetic tree, 생물의 진화과정을 나무의 줄기와 가지로 나타낸 것)에서도 근연관계의 다른 속 미생물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미생물은 세포의 표면이 주름져 있고 타원형이나 짧은 막대 또는 막대 모양으로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연구팀은 새롭게 발견된 미생물의 학명을 '형태가 변하는 막대모양'이라는 뜻을 지닌 '베리박터'라는 단어를 속명으로, 곶자왈이란 제주 고유어를 적용해 '곶자왈엔시스'라는 단어를 종명으로 사용해 '베리박터 곶자왈엔시스(Variibacter gotjawalensis)'로 명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안톤 반 레벤후크(Antonie van Leeuwenhoek)'에 지난달 1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앞으로 베리박터 곶자왈엔시스의 주요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제주 곶자왈로부터 미생물 다양성을 연구하고 새로운 유용미생물을 확보하는 것은 고유생물자원의 국가자산화와 국제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수풀이 우거진 곳을 뜻하는 '자왈'을 합쳐 만든 제주 고유어로, 제주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화산활동이 만들어낸 암괴상과 용암류 위에 형성된 식생지역을 의미한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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