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감칠맛 나는 표현을 영어에서 찾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왜 이리 바삐 사는가, 슬슬 하지 그래’를 영어로 ‘You’re too busy, work slowly’라고 해도 의미는 전달되지만 영어적 표현은 아니다. ‘넌 너무 바쁘게 산다’는 ‘You’re taking on too much’ ‘You’re doing too much’ ‘You’re overcommitted’ 등으로 해야 자연스럽고 ‘슬슬 하라’는 ‘Take it one day at a time’ ‘Take things one day at a time’ ‘Take one day at a time’ 등이 더 적합하다. ‘Take it easy’도 있는데 이는 ‘슬슬 하라’ ‘조심해서 하라’의 뜻도 있지만 작별 인사나 위로의 말로도 곧잘 쓰인다.
이처럼 다소 우회적인 표현은 나이가 들수록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층이 계산대 앞에서 ‘이건 내가 낼게’라고 할 경우 ‘I’ll pay the bill’이라고 한다면 중년층은 ‘I’ll take care of it’ ‘I’ll pick up the tab’ ‘This is on me’라고 말한다. 후자의 표현 몇 가지는 ‘내가 알라서 할게’의 뜻으로 간접적인 의사 표현이다.
일 얘기를 할 때에도 ‘내가 책임지고 알아서 처리하겠다’며 ‘I’ll handle it’ ‘I’ll see about it’이라고 하면 한층 어감이 다르게 들린다. ‘I’ll see to it that it’s done on time'의 경우 ‘I’ll see to it’ 다음에 절(주어+동사)을 소개하는 방식인데 ‘I’ll make sure the job gets done on time’과 같은 의미인데도 어감이 다르다. 결국 문장체와 구어체를 섞어 쓴 듯한 어감을 주고 단어나 표현은 평이한 특징이 있다. 국제 사회에서 대화를 나눌 때도 이런 표현이 더 안전하고 소통에 지장이 없다. 또 다른 특징은 모두가 plain English, proficient English라는 점이다. 평이하면서 성숙한 의사 전달인 셈이다.
A: What’s the status of the project, Jim? B: I promised to get everything done on time. I’m working on it. A: Well, see to it you do! I’ll take care of the TCR account.
이 사례는 일의 진행을 묻고 제 시간에 마무리하도록 열심히 하는 중이라는 대답을 듣자 꼭 그렇게 하도록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흔히 대화체 영어는 관용어구나 속어로 알고 있지만 이처럼 plain English로 매우 성숙한 어감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알 필요가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