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명 채용 때 경쟁률 4 대 1, 9년 전 1.4 대 1보다 3배 이상 높아, 정체된 시장에 매년 감정평가사 200명씩 배출되면서 1인당 수입 갈수록 떨어져
지난달 초 한국감정원은 17명의 감정평가사를 새로 뽑았다. 총 입사 지원자는 68명으로 경쟁률은 4 대 1. 9년 전 1.4 대 1과 비교하면 3배나 경쟁이 치열해졌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감정평가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안정된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공기업인 감정원으로 감정평가사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사들이 시장의 정체와 평가사 증가에 따른 위기감으로 민간기업에서 공기업으로 취업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틀고 있다.
7일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평균 5,750억원인 감정평가 수수료 시장이 각종 악재에 노출돼 있다. 우선 가장 큰 수입원인 신도시개발과 도로개설 등 공익사업에 따라 수용되는 토지와 건물에 대한 보상 감정이 점차 줄고 있다. 부동산경기와 밀접한 신도시개발은 주택시장 침체로 주춤하고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재정투입 축소 기조로 관련 감정의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또 하나의 주 수입원인 기업자산평가 영역은 업역(業域)을 두고 회계사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 감정평가업계는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감정평가사가 아닌 사람이 토지 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해 돈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심에선 감정평가업계가 승소했다. 하지만 2심은 “회계목적으로 감정평가를 하는 경우 공인회계법상 허용된 ‘회계에 관한 감정’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회계사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추가적으로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남아 있는 것이다. 매년 200명씩 감정평가사가 배출돼 3,600명인 감정평가사도 앞으로 계속 증가한다. 이 같은 사정들이 맞물리면서 감정평가사 1인당 총 수수료 수입은 2009년 1억9,900만원에서 지난해 1억7,400만원으로 떨어졌다. 감정평가시장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으면 10년 뒤 1인당 총 수수료 수입은 1억7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한다. 수입 중 절반 정도가 운영경비와 인건비임을 감안하면 월급쟁이와 별반 차이가 없게 되는 것이다. 감정평가사들이 감정원으로 눈을 돌리면서 감정원 경쟁률은 2000년대 중후반 1.5~3.5%에서 2010년 이후 4~5.2%까지 높아졌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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