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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北 여성들에게 ‘대박’인 통일

입력
2014.04.0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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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일 탈북작가

남한의 국회 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가 9일 평양에서 열린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678명의 대의원은 선거에서 100% 찬성투표로 당선돼 형식상 2,400만 인민을 대표한다. 전체 30%는 현역 군인들이고 대략 15%가 여성이다. 놀랍게도 이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 세계 순위 91위인 남한과 비슷한 숫자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여성들의 인권과 사회적 대우, 생활방식도 남한과 비슷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제도의 특성상 전체 주민과 여성들이 말하는 인권은 “혁명의 위대한 수령인 김정은을 모신 영광”이며 “세상에 하나뿐인 사회주의 나라에 사는 행복”이다. 이것이 없는 남한은 ‘세계적 인권불모지’라니 기가 막히다.

북한은 언론매체를 이용하여 노동당의 여성우대 정책을 요란히 선전한다. 전체 주민이 청취하는 라디오 강연에서는 일제 강점기 당시 성 노예로 살던 공화국 여성들이 수령의 하늘 같은 배려로 ‘사회주의 낙원’에서 과학자도 되고, 영웅도 되고, 군인도 되는 등 참된 권리와 행복을 맘껏 누린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회주의 낙원’의 세계 경제순위는 최하위 권으로 지극히 가난한 수준이다.

20년 전 필자의 고향 평양에서 하루 식량 배급량은 직장인 500g, 가정부인(전업주부) 300g이었다. 배급으로 주민과 사회를 통제하는 북한에서 이것도 분명히 남존여비 정책의 산물이다. 그래도 언제나 가족의 식구들에게 작은 양의 음식이라도 양보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배급이 전혀 안 되는 지금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북한 여성들의 영양실조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12년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주민들의 신체 상태를 추정 조사한 결과, 다섯 살 이하 아동 37%가 영양실조이고, 여성의 3분의 1이 극심한 영양부족과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굳이 비교하면 영양제를 주지 않으면 당장 죽을 ‘화분의 꽃’이나 다름없다.

봉건왕조 시대 사회보다 더 봉건적인 북한에서 ‘집안일은 모두 여자의 몫’이라는 가부장적 사고로 인해 여성들의 시련은 실로 눈물겨울 정도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생활 수준이 훨씬 낫다는 평양시에서조차 남편들이 다니는 직장에서 월급은 나오지 않고, 한 달 식량 배급은 잘 받아야 15일분, 1년 배급은 최대로 따져도 4~5개월분에 불과하다.

북한당국은 수령의 혁명정신을 받드는 사회주의 건설과 혁명투쟁에 저해가 되는 ‘자본주의 요소’라며 청장년들의 시장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그러다보니 남자들은 그야말로 ‘무능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그들을 가리켜 ‘멍멍이’(집 지키는 강아지) 혹은 ‘탄재’(아무 쓸모 없는 연탄재)라는 유행어마저 생겼을까.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마저 무능해지면 하루아침에 굶어 죽기 십상이다. 최근에는 ‘마라톤 여성’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꼭두새벽에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초상화를 닦는 일부터 마을청소, 각종 정치행사, 사회노동 등 온갖 강제노역에 동원되며 낮에는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고 저녁에는 식구들의 식사와 빨래를 하는 등 지나치게 많은 일을 ‘마라톤’ 하듯이 하는 여성들의 일상을 빗댄 말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행복한 삶을 누리는 공화국여성들’이라고 선전하는 북한당국이다. ‘김일성 민족의 긍지를 갖고 남자들과 함께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밀고 가는 당당한 혁명가로 사회주의국가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강요하는 노동당의 여성정책은 과히 반(反) 여성적이다. 극심한 식량난으로 여성들이 살기 힘든 김정은 체제가 붕괴하고 통일이 이뤄지면 북한 여성들에게는 그야말로 ‘대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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