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벚꽃을 보려고 1년 동안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게 뭔가요? 노점 식당에서 흘러 나오는 악취에 소음… 잡상인 때문에 다시는 오고 싶지 않네요. 경주가 국제적인 문화역사도시라는 것도 다 빈말인가 봐요." 지난 주말 대구에서 경주 김유신장군묘 쪽으로 벚꽃놀이를 다녀 온 김모(27ㆍ여)씨는 도로를 점령한 노점상 때문에 기분을 잡쳤다. 차가 밀린다는 것은 각오했지만, 노점상들이 좁은 진입로를 독차지할지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경북 경주시가 경주지역에서 벚꽃이 가장 고운 곳 중의 하나인 충효동 김유신장군묘 진입로에 노점상들에게 도로 점용을 허가해 지방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행정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벚꽃축제가 열리는 5일부터 13일까지 김유신장군묘 진입로 450m구간에 61개의 노점상을 허가했다. 시는 축제기간에 몰려 오는 잡상인들을 양성화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용료도 징수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잡상인의 난립을 부채질하고 있다. 도로 점용료는 9일간 2만6,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20~30개 정도 몰리던 잡상인은 올들어 61개로 2배 이상 늘었다. 게다가 허가기간 이전인 1일쯤부터 '불법'적으로 영업 중이다. 신발이나 모자 등 잡화류는 물론 국밥 파전 국수 등 음식점까지 몰려 진입로는 하나의 거대한 야시장으로 전락했다.
해가 떨어지면 무질서는 극에 달한다.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소음이 스피커에서 흘러 나온다.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매캐한 연기로 숨쉬기조차 어렵다. 노점과 차량, 보행자들이 뒤엉켜 걷기조차 힘들어진다.
한모(50ㆍ경북 경주시 건천읍)씨는 "지난해 축제 때 불법노점상 문제가 지적되자 올해는 아예 '점용료 징수'를 핑계삼아 무질서 조장에 나선 것 같다"며 "벚꽃을 보러 왔는데 야시장 때문에 기분만 잡쳤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선심행정이라고 단정했다. 한 관계자는 "경주시가 지난해 노점상 문제로 뭇매를 맞다시피 하자 올해는 근절책은커녕 꼼수를 쓴 것 같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흥청망청 술판을 벌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경주시 관계자는 "노점상 허가는 현실을 감안한 합리적인 해법으로 합법적으로 허가를 한 것이지 지방선거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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