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메 리 카 노 주세요."
경기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1층에 위치한 '카페&스토어'를 찾은 사람들은 주문 내용을 천천히 말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 소속의 점원 5명이 모두 장애인이기 때문. 발달장애 청년들이 주문을 받고 차를 만든다.
처음에는 손님과 점원 모두 불편했다. 특히 곤란을 겪은 것은 계산이다. 취급 제품이 무려 524종이나 돼서 일일이 명칭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주문 음료를 빠르게 계산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문을 연 뒤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종업원과 손님 모두 익숙하다. 손님들은 이들을 배려해 천천히 주문하고, 점원들은 빠른 계산이 가능하게 됐다.
네이버가 장애를 가진 청년들에게 상점을 맡긴 것은 사실 도전이었다. 발달장애인들이 일반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처음 하는 시도였다. 특히 의사 소통이 쉽지 않아 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러웠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대보다 적응도 잘하고 친절해 이젠 고객들의 호응이 더 좋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세계 자폐인의 날'을 맞아 작은 캠페인도 벌였다. 점원들은 모두 용기와 희망의 상징인 푸른색 풍선을 카페 내부에 한가득 달고, 푸른색으로 옷을 입은 손님들에겐 자폐인 사회적 기업인 '오티스타'가 만든 머그컵 등을 제공했다.
네이버는 이런 노력을 높이 평가 받아 이날 보건복지부 주최로 남산 N타워에서 열린 '세계 자폐인의 날' 시상식에서 고용 부문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평소 자폐성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권익 증진을 위해 기여해 온 기업의 사회 활동을 격려하는 의미였다.
이 밖에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회사 내 커피 원두와 직원 명함도 베어베터와 연계해 제작하고 있다. 이 카페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이들이 직접 일해 번 수익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직업을 찾아줄 수 있는 교육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방미연 네이버 인터널 서비스 실장은 "발달 장애인이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인데 생각보다 훨씬 잘 해내고 있어 손님들 반응도 좋다"며 "카페 운영을 통해 발달 장애인과 접촉하면서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을 위한 네이버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네이버 사옥 내에 '웹 접근성 체험 공간'도 만들었다. 웹 접근성이란 누구나 어떠한 신체적, 기술적 제약이 있어도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공간을 찾은 사람들은 누구든 장애인들의 시각에서 자유롭게 이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체험 공간은 크게 4가지 상황에 따라 웹 서비스를 체험하도록 구성됐다. 완전히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자들이 사용하는 웹 환경, 손떨림 운동 장애인이나 중증 운동 장애인을 위한 웹 환경 등이다. 각각의 공간에는 체험 환경을 설명하는 안내자와 특수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컴퓨터, 보조기구가 배치돼 있다.
또 웹 접근성 소개 동영상과 안내책자 등을 비치해 손쉽게 혼자서도 웹 접근성을 체험해볼 수 있다. 한종호 네이버 파트너센터장은 "웹 접근성이 특정한 사람들을 겨냥한 복잡한 개념이 아니라 평소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한 인터넷 서비스에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며 "그동안 쌓아온 웹 접근성의 노하우를 외부에 공개하고 나누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장애인 복지 재단인 해피빈재단을 설립해 운영중이다. 네이버 서비스 중에 하나인 '해피빈' 서비스에는 현재 우리나라 5,600여 개 단체가 가입돼 있고, 이 중 장애인 단체는 1,337개다. 해피빈은 장애인의 달, 세계 자폐인식의 날 등 장애 관련 캠페인을 통해서 국민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으며 장애인올림픽, 스페셜올림픽 등의 후원을 통해 장애인들의 긍정적 활동을 알리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션이 온라인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내 콩이 달린다, 굿액션 바이 션' 캠페인에 참여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션은 네티즌이 기부한 '해피빈 콩' 한 개당 1미터로 환산해, 기부된 거리만큼 직접 달리는 미션을 완수할 예정이다. 해피빈 콩은 기부만을 위한 온라인 화폐로, 네이버와 해피빈 활동을 통해 받을 수 있으며 1개당 100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션은 "이번 캠페인은 네티즌의 참여가 있어야만 달리기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며 "이번 캠페인에 많은 네티즌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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