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현대사 중심의 역사전쟁이 더욱 첨예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역사문제를 이념전쟁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권이 논쟁적인 역사갈등을 부추기는 대신 학계의 심도 깊은 논의과정을 지켜보면서 역사인식의 공감대 확산에 주력해달라는 주문이다.
보수성향의 역사학자 허동현 경희대 교수와 진보 사학자인 박찬승 한양대 교수는'갈등넘어 통합으로'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한국일보 창간60주년 기념 연속 지상대토론에서 이 같은 역사갈등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했다. 허 교수는 "정치의 본령은 갈등의 중재에 있는데 역사문제의 경우에는 사회적 충돌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박 교수는 "정치인들이 역사전쟁이라는 선정적인 이름을 붙여 보수와 진보간 갈등을 역사문제로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두 학자는 현대사 논쟁에서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특히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 대한 평가에서 허 교수는 "대한민국을 식민지에서 선진국으로 탈바꿈시키는 산업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지켜낸 지도자"로 묘사한 반면 박 교수는 "이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으로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박정희 정권은 정치적으로 부정적 유산이 많은 시대였다"고 지적했다.
두 학자는 지난해 불거진 교학사 역사교과서 파동 또한 "두 개의 상이한 역사인식의 충돌에서 비롯됐다"면서 "교과서는 대한민국에 사는 다수가 동의해온 공통의 역사인식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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