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성(51) 부장판사는 19년간 광주ㆍ전남 지역에서 근무한 호남의 대표적 향판(지역법관)으로 기업 파산ㆍ회생 전문 법관으로 통했다. 2010년 광주지법 파산부 수석부장까지 올랐다.
그러나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페이퍼텍과 대한시멘트의 법정관리를 맡아 두 업체 법정관리인에게 친구인 강모 변호사를 채권추심 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소개한 사실이 언론 보도와 검찰 투서로 알려지면서 ‘비리 향판’으로 낙인 찍혔다. 이에 앞서 법정관리 중이던 남양건설 감사로 친형을 선임하고, 과거 자신의 운전기사를 전남 장흥의 한 위락시설 운영업체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건들은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자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측이 검찰에 강 변호사 건을 투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 부장판사는 당시 “오해를 부를 결정을 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전 경영진측이) 비자금을 빼돌리는 걸 막고 기업정보를 법원에 정확히 보고해 줄 ‘법원의 분신’이 필요했다”고 해명했으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실제 사건 전에 법정관리회사에서 옛 사주가 관리인을 맡으며 횡령을 한 사건이 생겨 선 부장이 고민이 많았다. 선 부장의 친형은 기업회계분석 전문가였으며, 운전기사는 퇴직 후 경영에 종사한 경력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당시 사건은 토호세력과 기업의 기득권자를 견제한다면서 선 부장판사 또한 자신이 믿는 사람을 활용하려다 불거진 측면이 크다. 광주지역 변호사 업계에서 “강 변호사가 선 부장 덕에 사건 수임이 늘어난 것 같다”는 등의 소문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허 전 회장측 투서 내용은 강 변호사를 소개한 변호사법 위반에서 더 나아가 뇌물수수 혐의가 핵심이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선 부장의 부인이 모 벤처기업의 주식을 배정받을 권리를 보유하고 있던 상태에서 단순히 강 변호사가 주식 취득 절차를 대행해 준 것이라면 권리가 실현된 것일 뿐 뇌물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심과 같이 무죄를 확정했다. 선 부장은 “거의 0점에 가까운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선 부장은 이 사건 이전 법조계에서 평이 좋은 판사였다. 임대아파트 입주민 권익을 위한 판결, 이혼숙려제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한 판결 등으로 주목 받았고,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성평등 디딤돌’로 선정되기도 했다. 금호고속 운전기사들이 한국노총에서 벗어나 민주노총으로 옮기자 회사가 협상을 거부한 데 대해 “불법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회사에 협상에 나서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주그룹 사건으로 고법 부장판사급 고위법관으로는 처음으로 정식 재판을 통해 벌금형을 확정 받았다.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기 때문에 법관직은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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