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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4월 7일] 진달래

입력
2014.04.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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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아련하다 못해 아린 봄날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흥얼거리는 노래에 잠시 눈이 젖는다. '꽃 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 이 마음은 푸른 산 저 너머/ 그 어느 산 모퉁길에/ 어여쁜 님 날 기다리는 듯/ 철 따라 핀 진달래 산을 덮고/ 먼 부엉이 울음 끊이잖는…'(박화목 시, 채동선 곡 ). 대학에 들어간 해의 어느 봄날, 교정 잔디밭 벤치에서 메조소프라노로 들었다. 그때까지 귀에 익었던 이은상 시의 같은 곡 보다 한결 설움이 더했다.

■ 이은상의 에는 님에 대한 그리움만 담겼다면, 박화목의 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함께 담겼다. 철부지 시절 고향의 또래 여자애들한테 간혹 가졌던 묘한 느낌이 아직 남았던 때였다. 어려서 떠나는 바람에 늘 고향의 산과 들, 강이 그립기도 했다. 무엇보다 산모퉁이 길과 산을 덮은 진달래라는 말에 끌렸다. 산모퉁이 양지바른 언덕의 증조모 산소와 그 건너편 산기슭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진달래가 갑자기 눈앞으로 밀려 들곤 했다.

■ 고향에서는 진달래를 참꽃이라 불렀다. 꺾어서 꽃병에 꽂고, 손바닥에 붉은 물이 들도록 몇 움큼이고 꽃을 따서 먹었다. '진달래'라는 다른 꽃이 있긴 했다. 참꽃과 생김새는 같아도, 꽃에 철쭉처럼 진액이 묻어 있어 먹을 수 없는 종류만을 가리켰다. 참꽃은 가까이서 보면 봄빛에 반투명하게 빛나는 꽃잎이 눈부시고, 멀리서 보면 연둣빛 신록과 어우러진 분홍빛 덩어리가 곱다. 봄철 꽃들의 자랑인 폭발적 화사함과 달리 무더기로 피어도 수줍은 모습이다.

■ 나뭇가지가 가늘어 쉽게 부러지지만, 질긴 생명력은 아카시나무 못잖다.베이고, 꺾이고, 심지어 불에 그슬려도 이듬해 봄이면 다시 꽃을 피운다. 해가 잘 드는 야산이면 전국 어디에나 있었던 진달래 군락지가 많이 줄었다. 야산이 고랭지 채소밭이나 목초지로 바뀌면서 진달래가 뿌리째 뽑혀나간 데다 날로 무성해진 숲의 큰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 번성의 최우선 조건을 제약한 때문이다. 아직 흔하고 유명 군락지도 있지만, 점점 귀한 꽃이 되어 간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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