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과 행정고시(검찰사무ㆍ법무행정)에 두 차례 합격, '고시 3관왕'으로 불리던 변호사가 횡령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소송 승소금과 투자금 등 8억5,000여만원을 가로챈 강모(47)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2011년 12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 주민 107명이 "공사가 늦어져 입주가 지연됐다"며 시공사 D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낸 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시공사는 보상금 4억9,000여만원을 강씨가 소속된 Y법무법인 명의의 통장에 입금하고 항소했다. 판결 확정 때까지 돈을 보관해야 하지만 강씨는 이 돈을 빼돌렸다.
강씨는 또 지난해 4월 고향 후배 2명에게 "유망한 대형 연예기획사 오너로부터 주식 매각 의뢰를 받았는데 더 오르기 전에 먼저 사라"며 투자금 3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27일 성동구 옥수동 한 아파트에서 숨어 지내던 강씨를 체포했다. 강씨는 횡령한 돈의 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강씨의 범행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대신 지급한 Y법무법인은 지난해 7월 강씨를 권고사직 처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 법무법인, 투자자 등 모든 피해자들이 강씨가 현직 변호사라는 것 때문에 이런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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