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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맞선 여심… 아프간 대선 달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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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맞선 여심… 아프간 대선 달구다

입력
2014.04.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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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치러진 아프가니스탄 대선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는 잠정 투표율이 60%에 달할 것으로 집계했다. 5년 전 대선 때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샤크리아 배럭자이 아프간 국회의원은 "탈레반이 투표를 하러 온 시민들을 죽이겠다고 위협했지만 민주주의를 원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꺾지는 못했다"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을 비롯해 탈레반 준동지역인 남부 칸다하르시 등 전국 곳곳의 투표소는 춥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젊은이와 여성, 노인 등의 유권자들로 붐볐다.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는 예상치 못한 유권자들의 행렬에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던 투표시간을 한 시간 더 연장하기도 했다. 아프간 유권자 약 1,200만 중 700만 명 이상이 이날 투표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아프간 시민들은 이번 대선을 통한 민주적 정권교체로 아프간의 인권과 종교, 정치 문제 등이 한 발짝 진보하길 희망하고 있다. 현재 아프간을 통치하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2001년 미국이 탈레반을 쫓아낸 뒤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해 지난 12년 간 장기 집권해왔다. 서방 언론들은 이번 대선과정에 처음 도입된 후보 간 TV 토론 등을 통해 다양한 공약들이 제시되면서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체 투표자중 여성이 36%에 이를 정도로 참여 열기가 높아 눈길을 끌었다. 가부장적인 아프간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매우 열악한 위치에 놓여있다. 뉴욕타임스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신장을 염원하며 적극적으로 대선 투표장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이날 카불에 마련된 여성 투표소에서 부르카를 쓴 채 투표한 파르와시 나세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이 내 생애 첫 투표"라며 "여성도 남성과 같이 교육받고 일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만 해도 선거를 무산시키려는 탈레반의 테러 위협으로 투표율이 매우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날 남부 자불주 칼라트시에서 노변 매설 폭탄의 폭발로 경찰관 2명이 숨지는 등 몇 건의 테러가 있었지만 우려했던 대형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프간 정부가 약 40만 명의 군경을 동원해 투표소 주변의 모든 도로에 대한 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등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고 AP는 전했다. 카불에 사는 주부 라일라 네야지는 투표소에서 만난 AFP통신에 "우리는 언젠가 죽기 때문에 탈레반 위협이 전혀 겁나지 않는다"면서 "내 한 표가 탈레반에 따끔한 경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각국 정상과 주요 인사들은 이날 아프간 대선을 성공적인 마무리로 이끈 시민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는 아프간이 국제적인 지원을 계속 받고 민주적인 미래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도 "(이번 대선은) 아프간에 있어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열정적으로 한 표를 행사한 수백만 명의 아프간 국민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BBC방송에 밝혔다.

이날 선거 결과는 개표 절차를 거쳐 오는 24일 잠정 발표된다. 이후 부정선거에 대한 이의신청 등을 받고 조사한 뒤 5월 14일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만약 최종결과 과반 득표 후보가 없으면 5월 28일 결선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CNN은 대선 후보 중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과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 잘마이 라술 외무장관이 지지율 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결선 투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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