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직원이 부동산 개발업자와 짜고 1조원에 육박하는 허위 입금증 등을 발급해줬다가 은행 자체 조사에서 적발됐다. 국민주택채권 위조ㆍ횡령,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에 이어 허위 사문서 위조 사건까지 터지면서 내부통제 부실 비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서울 강서구 S지점 팀장인 이모(52)씨가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강모씨에게 예금입금증, 현금보관증 등 은행의 허위 확인서를 수십 장 발급해준 사실을 적발, 이씨와 강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6일 밝혔다. 국민은행은 금융감독원에 이런 사실을 긴급보고하고 이씨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씨는 올 2월부터 강씨에게 실제 예금이 없는데도 3,600억원이 입금된 것처럼 예금입금증 4장을 교부해줬고, 제3자의 차용자금을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현금보관장 8건(8억원)도 발급해줬다. 또 6,101억원에 달하는 임금예정 확인서, 지급예정 확인서, 문서발급예정 확인서, 대출예정 확인서 등 10건의 문서도 발급했다. 이씨가 교부한 허위 문서의 금액 규모는 총 9,709억원에 달한다. 이들 문서는 은행에서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양식으로, 국민은행 법인이나 지점의 정식 인감이 아닌 이씨 개인도장과 사인으로 작성됐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영업점의 제보로, 본부 차원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이 사실을 적발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피해 신고는 없으며 육안으로 볼 때 가짜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작성됐다”며 “은행에서는 이런 서류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부동산 개발업자 강씨가 투자 유치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이씨와 공모해 이런 서류를 만든 것으로 보고 다른 은행에도 공문을 보내 주의를 당부했다.
연 이은 사고에 국민은행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이 자체 적발했고 2차 피해가 없다는 점에서 정상 참작의 여지는 있다”며 “하지만 대형 은행에 걸맞지 않은 사고들이 잇따르는 것은 내부 통제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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